Tuesday, August 26, 2025

아들의 인기

아들의 만 15살 생일이 일요일이었다. 내성적인 아이라 여태껏 친구들을 불러서 하는 생일은 초등학교 때 한 번밖에 못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집에서 가족끼리만 즐겁게 생일 축하를 해줬다. 그런데 다음날 월요일에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생일 선물을 한보따리 들고 왔다. 거의 식탁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의 선물이었다. 선물의 종류도 다양했는데 자세히 보니 정성이 들어간 선물들이 많았다. 그냥 가게에서 산 선물들도 섞여 있었지만 시간을 투자해서 직접 꾸미고 만든 선물들도 꽤 있었다.

아이가 학교에 친구들이 많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기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나는 소셜미디어를 거의 안해서 잘 모르지만 아이는 자기 팔로워가 한 천 명 정도 된다고 했었다. 그것도 신기한게 아이는 유튜브도 안하고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아이도 아니다. 스포츠도 안하고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밴드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주목받는 걸 싫어해서 조용히 학교 다니는 거 말곤 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인기가 있는 건지 궁금했다.

요즘 K팝이나 K드라마가 인기여서 그 덕을 보는게 아닌가 해서 물어봤더니 자기 친구들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안보는 아이들이란다. 그게 아니라면 외모일까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딱히 특출난 외모라고 할 수는 없는 평범한 외모이다. 그렇다면 성격인가? 굳이 원인을 꼽아보자면 아마도 성격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용하고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착한 성격이 아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에게 좋게 보여지지 않았을까 한다. 뭐 내가 아이의 친구들이 아니니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밤에 일을 하다가 직원 중에 나랑 친한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에게 물어봤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생일 선물을 받아봤냐고. 그 친구는 모델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는 인플루언서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금발의 백인 미남을 생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외모를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때도 꽤 인기가 있을 것 같아서 물어봤는데, 자기는 생일이 방학 기간이어서 한번도 학교에서 생일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자기 친구들 중에는 선물을 받는 친구들도 있긴 했지만 다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내 아이가 받아온 선물들을 사진으로 보여줬더니 깜짝 놀라는거다. 학교에서 이 정도로 선물을 받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신기해 했다. 아이가 진짜 인기가 많은가보다고 했다. 그러게... 신기하게도 그런가보다. 미스터리다.    

Wednesday, August 6, 2025

커피부심

영어로 coffee snob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커피 애호가, 커피 덕후 정도로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snob의 느낌을 살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자기 취향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을 snob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 느낌을 살리면 속어긴 하지만 커피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적합할 것 같다. 

내 얘기는 아니다. 물론 나도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특별한 취향이 있다거나 고급 원두를 고집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잘 마신다. 매일 커피를 마시지만 물이나 우유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이도저도 아닌 맛이 나는 커피만 아니면 되니 나는 커피를 좋아하긴 해도 커피 스놉까지는 아니다.

우리 동네 바리스타 얘기다. 그는 강가에 있는 커피 트레일러에서 커피를 판다. 한 십 년 정도 같은 자리에서 커피를 팔고 있다. 처음에는 몇 년하다 그만두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커피에 대한 애정이 처음보다 더 깊어져 있다. 예전에는 다른 회사에서 커피 원두를 사다가 커피를 만들어 팔았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자기가 직접 원두를 볶고 블렌딩도 하고 전세계에서 커피 원두를 구해다 실험을 하고 그러면서 아예 자기 브랜드 커피까지 만들었다. 커피 얘기를 시작하면 아마 하루 종일을 해도 끝이 나질 않을 것이다. 강가에서 커피를 파는데 커피 값은 카페보다 조금 더 비싸다. 그런데 그 값이 아깝지 않다. 그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알기 때문이다. 커피 맛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고.

오늘도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어떤 원두로 만든 커피를 추천받아서 마시고 왔다. 콜롬비아에 있는 한 농장의 이름을 딴 원두였는데 살짝 떫은 맛이 섞여있는, 그런데 끝맛은 부드러운 특이한 커피였다. 다음 달에는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 주문했던 원두가 들어온다고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커피 얘기를 할 때는 항상 눈에 빛이 나고 열정이 넘친다. 외모만 보면 실험실에서 연구만 하는 괴짜 박사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정말로 자기 집에 로스팅 기계를 사다놓고 여러가지 실험을 한다고 한다. 그의 순수함이 좋고 식지 않는 열정이 좋다. 

그 친구가 만든 유튜브 영상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