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coffee snob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커피 애호가, 커피 덕후 정도로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snob의 느낌을 살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자기 취향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을 snob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 느낌을 살리면 속어긴 하지만 커피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적합할 것 같다.
내 얘기는 아니다. 물론 나도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특별한 취향이 있다거나 고급 원두를 고집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잘 마신다. 매일 커피를 마시지만 물이나 우유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이도저도 아닌 맛이 나는 커피만 아니면 되니 나는 커피를 좋아하긴 해도 커피 스놉까지는 아니다.
우리 동네 바리스타 얘기다. 그는 강가에 있는 커피 트레일러에서 커피를 판다. 한 십 년 정도 같은 자리에서 커피를 팔고 있다. 처음에는 몇 년하다 그만두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까지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커피에 대한 애정이 처음보다 더 깊어져 있다. 예전에는 다른 회사에서 커피 원두를 사다가 커피를 만들어 팔았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자기가 직접 원두를 볶고 블렌딩도 하고 전세계에서 커피 원두를 구해다 실험을 하고 그러면서 아예 자기 브랜드 커피까지 만들었다. 커피 얘기를 시작하면 아마 하루 종일을 해도 끝이 나질 않을 것이다. 강가에서 커피를 파는데 커피 값은 카페보다 조금 더 비싸다. 그런데 그 값이 아깝지 않다. 그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알기 때문이다. 커피 맛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고.
오늘도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어떤 원두로 만든 커피를 추천받아서 마시고 왔다. 콜롬비아에 있는 한 농장의 이름을 딴 원두였는데 살짝 떫은 맛이 섞여있는, 그런데 끝맛은 부드러운 특이한 커피였다. 다음 달에는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 주문했던 원두가 들어온다고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커피 얘기를 할 때는 항상 눈에 빛이 나고 열정이 넘친다. 외모만 보면 실험실에서 연구만 하는 괴짜 박사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정말로 자기 집에 로스팅 기계를 사다놓고 여러가지 실험을 한다고 한다. 그의 순수함이 좋고 식지 않는 열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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