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December 21, 2023

크리스마스와 남은 자들

크리스마스가 이 나라에서는 확실히 가장 큰 명절이긴 하다. 종교적 의미를 갖는 날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국의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이라고 보는게 가장 맞을 것 같다. 예수님을 언급하는 곳은 교회 밖에 없고 교회 외에 다른 곳에서는 예수님과 관련된 장식을 보기도 힘들다. 이 점은 미국과도 다른 부분 같다. 물론 나도 지금 미국의 상황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예전에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에 마굿간이나 구유, 목자들, 천사, 마리아.. 등등의 성경 내용이 담긴 장식물들이 동네방네 많이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종교적 색채가 빠져 있지만 아직도 나눔의 정서는 남아 있긴 하다. 선물도 많이 주고 받고 자선 행사도 많이 하고 그렇긴 하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그냥 명절일 뿐이고, 과소비하기 좋은 시기이고, 2 주간의 긴 휴가의 시작일 뿐이다. 크리스마스도 이미 세속이 장악한 것이다. 교회는 이 흐름을 뒤바꿀 힘도 능력도 없다. 뭐 상당수의 교회 조차도 돈의 힘에 잠식당해 있는데 어쩌겠는가..

그래도 아직 예수 정신이 살아 있는 교회들이 있다는 데에 일말의 위안을 얻고 있다. 마치 성경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남은 자들처럼,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엘리야가 칠천명이나 되는 남은 자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것 처럼, 그렇게 외롭게 하나님의 뜻을 따라 예수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교회들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그 중 한 교회를 섬기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Monday, December 4, 2023

마리아의 하나님

누가복음 1장에 예수님을 임신한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중에 마리아의 하나님 이해가 담긴 대목이 있다. "...그는 그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셨으니,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사람을 높이셨습니다.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 (51-53)

마리아에게서 하나님은 제왕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천한 사람을 높이고, 배고픈 사람을 배부르게 하고, 부자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는 분이셨다. 전혀 기복적이지 않은 이러한 하나님 이해를 가지고 있던 어머니 마리아의 신앙 안에서 예수님이 자랐던 것이다. 마리아의 시대에 하나님을 저렇게 이해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많았을 거다. 오히려 마리아의 믿음과는 반대로 제왕을 돌보고, 부자들을 높여주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권력을 가진자, 많은 부를 소유한 자를 옹호하지 않는다. 하나님 앞에 벌벌 떨 자들은 천한자, 가난한 자들이 아니라, 권력자나 부자들이다. 권력자나 부자들이 교회에서 떵떵거릴 수 있다면 그 교회는 마리아의 하나님, 예수님의 하나님과는 다른 하나님을 믿는 교회이다. 권력자들과 부자들은 하나님 앞에서 두려움에 머리를 조아려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그 당시 하나님을 믿던 수많은 여인들 중에서 마리아에게 예수님을 맡기셨다. 저렇게 하나님을 이해하고 있었던 마리아에게 예수님을 맡기셨던 것이다. 나는 신약 성경을 통해 초대교회가 고백했던 마리아의 하나님 이해를 받아들이고 있다. 하나님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와 초대 교회를 통해 전해지는 하나님 이해는 누가복음에서 마리아의 입을 통해 전해진 이 하나님 이해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권력과 부를 숭상하고 갈망하는 교회에는 발을 붙이지 않는다. 내가 섬기는 교회는 마리아와 같은 하나님 이해를 가지고 예수님처럼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교회여야 한다. 다행히도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키위 교회가 그런 교회여서 감사하다. 이 교회에 오래 다니고 싶기 때문에 이 교회가 앞으로도 이 믿음을 잃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Wednesday, November 29, 2023

신앙인의 강점

신앙인의 강점은 삶의 어떠한 불행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하나님이 현실을 바꿔 주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나님 신앙이라는 해석틀을 가지고 현실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간은 보이는 몸뚱아리가 전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신/영혼이 있는 존재이기에 정신에 가해지는 압력을 없애주는 것만으로도 신체에 좋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정신에 가해지는 압력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고통스러운 현실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해 내는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 혜택을 많이 입을 수 있다. 

물론 이는 내가 처한 사실을 부정하면서까지 긍정적 해석을 하는 정신 승리와는 다르다. 바른 해석은 사실/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내가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 현실을 이겨낼 힘을 찾아내는 것이다.  

만약 임마누엘 하나님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있다면 멀리서 하나님을 찾지도 않을 것이다. 친구처럼 부모처럼 지금 여기에 나와 함께 있는 하나님으로 족할 것이다. 그 하나님과 함께 현재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뭐든 해볼 것이다. 미래로 도망치지도 않고 과거에 숨지도 않는다. 현재, 지금 여기에서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움직여 가며 하나님과 함께 그 현실을 이겨내 갈 것이다. 

쉽다는 말이 아니다. 어렵다. 고통스럽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다. 하나님과 함께 가는 것이다. 예수님처럼.. 그것이 기독교 신앙이다.  

Wednesday, November 15, 2023

카보나도 290

스티가 회사의 탁구 블레이드 중에 카보나도 290이라는 블레이드가 있다. 탁구 블레이드의 성질도 여러가지다. 목재와 목재에 붙히는 특수 섬유의 성질에 따라 탄성이 달라지지만 크게 보면 공격형과 안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카보나도 290은 공격성이 강한 블레이드다. 내가 이제껏 사용했던 티모볼 에이엘씨보다 더 공격적인 블레이드다. 티모볼을 사용해도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선출인 S와 공을 칠 때는 이상하게도 내 공이 느리게 느껴졌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S의 공이 너무 빨라서 그랬겠지만 그래도 뭔가 내 공을 좀 더 빠르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 일본의 한 탁구 용품점에서 카보나도 290이 큰 폭의 세일을 해서 싼 값에 살 수가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시타를 해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공이 확실히 빨라졌고 S와의 랠리에서도 내 공이 느리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래도 당연히 내가 S를 이길 수는 없지만 일단 공의 스피드면에서는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S도 카보나도 290이 나한테 더 맞는 것 같다고 말해줬다.   

시원하게 공을 치고 왔더니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즐거운 인생이다.

Sunday, November 12, 2023

벌써 11월

벌써 11월이다. 2023년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일상은 여전히 흐르고 있고 가끔씩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상의 잔잔한 흐름을 거칠게도 하지만 큰 무리없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듯 싶다. 

아직도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나에게 연락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할 수 있는대로 조용히 도움을 준다. 오른손이 하는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개입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개입된 사람들이 안그러면 좋은데 일의 내용을 은연 중에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아무도 모르게 넘어가는 게 도움이 될 상황들이 있는데 쉬쉬거리면서 불필요한 말들을 유통시킨다. 그러면서 상처를 받는 사람이 생기고..

복잡한 인간사... 예수님께서도 사람들을 상대하시느라 얼마나 피곤하셨을까.. 사람은 혀를 통제할 수 있을까? 

인간사가 복잡해질수록 탁구가 더 재밌어지고 있다. 이제 백핸드 실력도 많이 올라왔다. 아직은 포핸드만큼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백핸드로도 웬만큼 랠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공에 힘을 더 싣는 연습을 하고 있다. 몸의 힘이 완전하게 임팩트 지점에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좀 있다. 세게 공을 치든 약하게 치든 내가 싣는 힘이 온전히 공에 전달되어야 한다. 정확한 타점을 지속적으로 잡아간다면 위력적인 공을 보낼 수 있을거다. 

이번 달에 아내와 동생의 생일이 같이 있어서 다음 주말에 1박 2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아이들 학기 중에는 여행을 안가는 편인데 특별히 시간을 내기로 했다. 목회를 그만두니 주말에 여유가 생겨서 좋다. 

Thursday, October 12, 2023

인간이 주는 피로감

아직도 인간에 대한 피로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노동이 나를 피로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나를 피로케 한다. 그래도 그 피로감을 이겨내면서 인간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내 스승이신 예수께서 그런 삶을 살지 않으셨다면 나는 이미 인간들에게서 멀어져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인간에게서 느끼는 피로를 탁구를 통해 풀고 있고, 상품들을 진열하며 풀고 있다. 둘 다 말이 필요없는 일들이다. 물론 어디에나 인간들은 있다. 탁구장에도 마트에도 인간들은 있다. 하지만 탁구를 칠 때는 탁구공에만 집중할 수 있고, 상품을 진열할 때는 상품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 시간동안 인간은 부수적이다. 

가끔 인간들 속에서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한줄기 바람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인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 걸게다. 하나님은 아담(사람)을 부르셨다. 지금도 사람을 부르고 계실거다. 인간들 속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사람을 부르고 계실거다. 숱하게 하나님을 찾는 인간들 속에서, 헤셀이 말하듯, 하나님은 사람을 찾고 계실거다.

예수 정신

이웃 사랑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대로 이웃을 돕는 것이고,

도우려면  도울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하고,

실력을 키우려면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는 머리통에 지식을 때려 넣는 것이 아니라 앎과 몸/삶을 일치시키는 것이고,

그런 공부가 잘 되어 갈수록 겸손해지고 차분해지고 낮아질 것이고,

그럴수록 일상의 작은 것들, 사회 속 작은 사람들이 잘 보이게 되니,

그들을 정성껏 대하고 있다면,

어느덧 예수의 정신을 따라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Tuesday, September 19, 2023

탁구 장비

도구의 인간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과 도구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온갖 도구들을 사용한다. 도구가 없는 인간의 역사를 상상할 수 있을까? 인간은 무슨 일을 하든 먼저 도구를 찾는다. 필요한 도구가 없으면 만들어 내고, 쓰다가 불편하면 개선하고 발전시킨다. 처음에는 인간이 도구를 만들지만 나중에는 도구가 인간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칼이 없었다면 우리의 이빨이나 손톱 발톱이 지금보다 더 날카로워졌을지도 모른다. 

탁구에도 온갖 도구/장비들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탁구대와 네트, 블레이드와 러버 그리고 공만 있으면 되지만, 블레이드의 종류와 러버의 종류도 다양하고 각 제품마다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만해도 족히 수 백가지는 될 것이다. 나도 탁구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한 이후 여러 종류의 장비를 사용해봤다. 블레이드는 처음에 클리퍼 cr을 쓰다가 나중에 처형에게서 티모볼 alc를 선물받은 후 다른 것들은 써볼 생각을 안하고 있지만, 러버의 경우는 점착러버와 텐션러버, 하이브리드 러버를 몇 개 써봤다. 아직까지 현존 러버 중 가장 유명한 버터플라이 테너지나 디그닉스 계열의 러버를 써보지는 못했지만, 포핸드의 경우는 텐션러버보다는 점착러버가 내 스타일에 더 맞는 것 같다. 처음에 중국 스타일을 연습하며 탁구를 시작해서 그런지 중국식 점착러버가 힘을 쓰기에 더 편안한 느낌이다.

포핸드에 텐션러버나 하이브리드 러버를 사용해보긴 했지만 그래도 허리케인 3 네오가 가장 나았다. 부스팅을 안하고 쓰기 때문에 39도 허리케인 네오 3 성광 블루 스펀지가 가장 무난했던 것 같다. 백핸드쪽은 텐션러버를 쓰는데 지금은 엑시옴 오메가 7 프로를 쓰고 있다. 백핸드는 텐션러버라면 무엇이든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테너지 05를 한번 써보고 싶기는 하다. 포핸드쪽은 디그닉스 09c를 한번 정도는 써보고 싶기는 한데 테너지나 디그닉스는 너무 비싸서 살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사용할 도구를 제대로 알아가는 건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도구는 신체의 연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도구를 수족처럼 부릴 줄 알아야 하고 내 몸에 맞는 도구를 찾을 줄도 알아야 한다. 비싼 장비도 한번씩은 써 볼 수 있겠지만 선수가 아닌 이상 계속 비싼 장비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비슷한 특성의 제품군에서 중저가 제품을 골라서 쓰면 된다. 내 실력이 충분히 올라가서 내가 사용하는 도구의 한계를 넘어섰을 때, 그 때서야 더 좋은 장비를 구매해도 될 것이다.

Wednesday, September 13, 2023

탁구의 폼

모든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탁구에도 폼이 있다. 그 폼은 수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가다듬어져 왔을 것이다. 당대 최고의 선수들과 코치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공격을 하고 수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그 방법을 몸으로 실행해보고 경기를 통해 그 유효성을 입증받은 동작들이 폼으로 굳어졌을 것이다. 물론 그 폼은 규칙이나 장비의 변화에 대응해 꾸준히 변하고 개인의 신체성에 따라 그 적용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는 하겠지만 탁구에 이상적인 어떤 폼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탁구를 치는 사람들 중에 자신의 폼을 개선해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우리 클럽에서 탁구를 치기 시작한지 이제 일 년이 넘었는데 일 년동안 폼이 변한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다들 본래 자기의 폼을 고수하기만 한다. 그냥 심심풀이로 탁구를 치는 사람들이야 그럴 수 있다쳐도, 내가 보기에 정말 탁구에 열정이 있고 탁구를 좋아하는 사람 조차도 폼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까지 하다. 

농구의 마이클 조던이나 축구의 메시, 탁구의 마롱 등을 보면 그들의 폼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단순히 미학적인 아름다움 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스포츠에서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필요한 움직임이 그 폼 속에 녹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 폼이 그들의 폼과 같아 질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폼을 지표로 삼아 꾸준히 내 폼을 바꿔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이상적인 폼에 근접한 나만의 폼이 나타날 것이다. 그 때까지 폼 만들기를 계속 해나가려 한다. 코치도 없고 코치를 만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혼자서 하고 있긴 하지만 이 운동을 다치지 않고 오래 하려면 반드시 좋은 폼을 몸에 익혀야 할 것이다.   

Wednesday, August 9, 2023

탁구일기: 회전과 속도 그리고 정확성

탁구공을 회전시키는 방식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에 이제는 회전하는 공을 빠르게 상대 테이블로 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탁구공의 회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탁구공을 네트 너머로 보내는 속도 역시 컨트롤 할 수 있어야, 즉 회전과 속도를 컨트롤 할 수 있어야 맘껏 랠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직 게임보다는 랠리를 더 즐기고 있다. 랠리는 게임의 한 부분이기에 랠리를 잘 한다고 게임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서브, 리턴, 랠리, 전술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하는 영역이다. 어떤 이들은 게임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하지만 나는 탁구를 통해 운동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기에 계속 몸을 움직이고 힘을 써야 하는 랠리를 더 선호한다. 물론 클럽에 있다보면 게임도 해야하기 때문에 서브나 리턴 연습도 하고는 있지만 그런 연습은 랠리에 비해 체력 소모가 덜하기에 운동이 덜 되는 느낌이다. 

한동안은 랠리를 하면서 회전에만 신경을 썼었는데 회전이 좀 편안해지면서 이제는 속도를 올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라켓의 각도와 스윙 각도에 변화를 주면서 공을 치고 있는데, 원하는 구질의 공을 보내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정지된 공을 타격하는 운동이 아니라 날아오는 공의 속도와 궤적, 회전량에 맞춰서 공을 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내 몸의 움직임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정확한 임팩트를 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몸을 움직이게 하려면 수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지난 주에 S와 다시 게임을 하면서 느꼈는데 S의 공은 정확하게 내 테이블의 빈 공간으로 떨어졌다. 내가 받을 수 없는 곳으로 내 반응 속도보다 빠르게 공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공에는 회전과 속도가 둘 다 살아있었다. 그리고 거의 정확하게 내 테이블의 모서리에 공이 떨어졌다. 회전과 속도에 정확성까지 갖춘 훌륭한 공격이었다. 

내 수준에 아직은 정확성까지 챙길 수는 없고 일단 속도부터 챙겨볼 생각이다. 회전에 속도를 장착하면 그 다음에 정확성에 도전해 볼까 한다. 

Monday, July 10, 2023

탁구일기 2023년 7월 10일

처음으로 S에게 지명을 받았다. S는 자타공히 우리 클럽의 에이스이다. 20대 때 독일 프로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었으니 실력에 대해서는 더이상 부연설명이 필요없다. 우리 클럽에 선출이 세 명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실력자다. 일 년동안 클럽에 다니는 동안 S와 몇차례 공을 치기는 했었는데 그 때는 탁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나의 무모한 요청에 의해서 그렇게 됐었던 거였고... 당연히 처음에는 아예 그의 공을 받지도 못했었다. 스피드와 회전, 정확도, 일관성이 모두 완벽했고 나는 내가 치는 탁구와 전혀 다른 차원의 탁구를 경험했었다. 나에게는 S 가 탁구라는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고 그 세계의 아름다음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내 실력이 늘어나면서 지난번 연습 때에는 내가 S의 포핸드를 거의 받아줄 정도가 되었다. 물론 다 받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왠만큼 랠리를 해도 내가 실수를 거의 하지 않을 정도는 됐었다. S도 어느정도 내 실력에 만족했는지 오늘 드디어 처음으로 먼저 나에게 공을 치자는 말을 했다. 아마 S는 내가 속으로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랐을 것이다. 

오늘 S와 공을 치면서 느꼈는데, 고수의 공과 비교해보니 내가 치는 공의 스피드와 회전이 확실히  그의 공에 비해 느렸다. 내가 풀스윙을 했을 때의 회전/ 스피드와 S가 풀스윙을 했을 때의 회전/ 스피드가 현격하게 차이가 났다. 나는 아무리 풀스윙을 해도 내 공에 S의 공만큼의 속도와 회전을 실을 수 없었다. 대단했다. 어떻게 저런 회전과 스피드를 동시에 낼 수가 있는걸까. 

또 한가지, 백핸드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했다. 포핸드는 그래도 웬만큼 받아낼 수 있었는데, 백핸드는 정말 받을 수가 없었다. S의 키가 190 가까이 되고 백인이라 리치가 긴데 그래서 그런지 백핸드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백핸드 탑스핀은 물론이고 스매싱도 너무 빨라서 내 반사신경으로는 공에 손을 댈 수도 없었다. 특히 백핸드 탑스핀은 도대체 어떻게 저런 빠른 회전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될만큼 대단했다. 

S와 공을 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의 공은 너무 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된다. 가끔씩은 이렇게 자기보다 높은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자기 실력을 객관화 할 수 있게 되고,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게 된다. 탁구 뿐이겠는가 모든 분야가 다 그럴 것이다. 어느 분야든 고수가 있고 고수를 만나려면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그 고수를 만나게 되는 행운이 찾아왔을 때, 그 소중한 기회를 날리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Thursday, July 6, 2023

탁구일기 2023년 7월 5일

이제 탁구라켓에 공이 달라붙는듯한 느낌이 뭔지 알게됐다. 주로 포핸드에서 그 느낌을 받는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스윙을 통해 라켓과 공의 임팩트가 일어나는 순간 탁구공의 무게가 진득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이걸 탁구에서의 손맛이라 불러도 될 듯하다. 낚시에서도 손맛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탁구에도 그런 맛이 있었다. 낚시를 좋아했던 이유가 집중에서 오는 고요함과 손맛이었는데, 탁구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 몸을 많이 움직이긴 하지만 탁구공의 움직임에 집중할 때 느껴지는 동중정의 느낌이 있다. 부산하지 않고 고요하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을 가르고 날아오는 하얀 탁구공을 정확한 타이밍에 라켓의 스윗스팟에 맞혔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손맛의 짜릿함이란...

어제 오랜만에 J와 탁구를 쳤다. J와는 6개월 전에 한차례 탁구를 쳤었는데, 그 때는 내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의 공을 받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제는 거의 대등한 수준의 플레이를 했다. 내 실력이 늘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클럽에서도 대회에 출전하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나랑 같이 탁구를 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내가 탁구 치는 모습을 구경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물론 아직도 갈길이 멀긴 하지만 진보가 있으니 좋다. 실력이 늘어날 수록 중심이 낮아지고 차분해지고 공에 대한 집중력이 강해지고 있다. 체력도 좋아지고 있으니 금상첨화. 사람을 대하듯 공을 대하고 공을 대하듯 사람을 대한다. 다양한 루트에 다양한 성질로 날아오는 공에 집중해서 그에 맞게 라켓을 대야하듯, 내가 만나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에게도 그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김영민 선생이 이야기 하는 "'응하기'는 그야말로 전부"라는 말의 의미를 탁구를 치면서 다시금 깨닫고 있다.    

Tuesday, June 13, 2023

탁구의 매력

탁구의 매력은 역시 회전에 있다. 물론 회전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회전이 없다면 다른 스포츠보다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다. 공이 움직이는 속도만 보면 배드민턴이나 테니스가 더 빠를 것이고, 시합시 운동 강도도 경기장이 더 넓은 구기종목이나 몸싸움을 많이 하는 다른 스포츠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공의 회전을 다루는 묘미는 탁구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회전을 다루는 것이 왜 묘미인가? 묘미라는 말이 미묘한 재미라 했을 때, 탁구공의 회전 자체에 미묘한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탁구공은 공의 표면이 매끈하고 단색이기 때문에 공의 회전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보여도 쉽지 않은데 잘 보이지 않으니 그것을 읽어내는 재미가 있다. 뭔가 잘 모르는 것을 알아갈 때 느끼는 묘한 재미가 있는 것이다. 상하좌우 또는 무회전이 걸린 공이 다양한 속도와 궤적, 방향으로 오고 가는 데 그런 공의 속성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반응하고, 나또한 그런 공의 움직임을 만들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제대로 탁구를 즐기려면 먼저 회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영어책을 읽을 때 ABC부터 배우는 것처럼 탁구를 시작하려면 회전을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어떻게 회전을 만들고 어떻게 회전에 반응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탁구의 입문이지 않을까 한다. 그 다음부터는 부단한 수련의 여정이 이어져서 머리로 이해했던 회전이 몸으로 이해되는 승당의 과정이 있을 것이고 그 후에야 자유자재로 공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입실의 단계에 진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에게 탁구는 또 다른 공부의 여정이다. 내 몸을 수련하는 공부이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탁구를 치면서 사람을 더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공부는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기에 당분간은 탁구의 매력을 향유하면서 이와 함께 인생 공부를 계속해 나가 볼 생각이다. 

Friday, June 2, 2023

단식 패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복식 게임만 하다가 오늘 아주 오랜만에 나보다 젊은 사람과 단식 경기를 한번 했다. 4 대 1로 졌다. 예전에 내가 이겼던 친구였는데 오늘 진 걸 보면 확실히 내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거다. 너무 어르신들하고만 탁구를 치다보니 감각이 그 분들 공에 맞춰졌는지 포핸드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급기야는 내 포핸드를 자신할 수조차 없었다. 제대로 탁구를 칠 생각이라면 큰 도시로 이사를 가야할 것만 같았다. 뭐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어르신들하고 탁구를 안칠수도 없고.. 코치가 없으니 레슨을 받을 수도 없고.. 젊은 사람들이 좀 나오는 월요일 저녁은 일하느라 갈 수가 없고.. 거참 탁구 한번 제대로 치기 어렵네..

Wednesday, May 31, 2023

레슨을 받은 자와 받지 못한 자

오늘 새로운 인물 J가 탁구클럽에 나타났다. 키도 크고 건장한 체격의 사내였는데 약간 독일 탁구 선수 패트릭 프란지스카를 닮아 보였다. 탁구 스타일은 양핸드를 자유롭게 쓰는 올라운드 공격형이었는데, 탁구를 치는 폼도 꽤 좋았다. 같이 복식 게임을 할 때 내 옆에 있는 복식 파트너와 함께 J의 자세를 보며 서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J에게 여기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고 일 때문에 당분간 우리 도시에 와 있다고 했다. 원래 여기에서 두 시간 떨어져 있는 대도시에 살고 있고 제대로 탁구를 친지는 7년이 됐다고 했다. 대도시 클럽에는 코치들이 많기 때문에 레슨을 받을 수 있었을테고 그래서 그런지 제대로 자세가 잡혀 있었다. 나하고는 복식으로만 게임을 했기 때문에 단식으로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J의 백핸드가 나보다 우위이기 때문에 내가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구력으로도 나는 아직 1년 밖에 안됐기 때문에 나를 J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

J의 매끄러운 스윙 자세를 보면서 레슨을 받지 않은채로 내 탁구 실력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물론 유튜브를 통해 독학을 하기는 하지만 집에 탁구대도 없고 일주일에 두세번 쯤 그것도 주로 친목 차원의 게임을 하는 정도로 얼마나 내 실력을 키울 수 있을까. 우리 클럽에도 선출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과만 계속 탁구를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내 탁구 실력을 키우기에는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꽤 어렵긴하지만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 내 실력을 키워볼 생각이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내 스스로 공을 컨트롤해보고 싶다. 공격할 때든 수비할 때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오는 공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무리하지 않고 내 신체적 조건에 맞춰 적절하게 공에 반응할 수 있게 하는게 내 목표다. 

Wednesday, May 17, 2023

신학 공부?

예전부터 아이에게 철학 공부는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공으로 공부할 필요까지는 없다하더라도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철학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공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신학은 어떤가? 신학은 굳이 공부를 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신학에 대한 물음은 종교철학을 공부하면서 어느 정도 다루게 될 것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만약 목회를 염두에 두고 신학을 하는 경우라면 '교단 신학'의 틀안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목회자의 내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측면에서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요즘 같은 시대에 교단 신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다. 내 교단 출신만이 아니라 다양한 교단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심지어는 타종교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도 많다. 성도들도 인터넷을 통해 각양 각색의 신학 정보들에 노출되어 있는데, 내 교단의 신학만 고수한다는 것은 자기 우물 밖의 세상에는 관심이 없는 우물 안 개구리의 정신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신학은 교회 내에서 자유로운 유통이 가능하지 않다. 성도들의 대부분은 신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고 교회도 신학 공부를 시키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개의 성도들은 신앙을 통해 평안함을 얻기를 원하지 다양한 신학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신앙 세계가 흔들리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따라서 신학계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는 말들을 교회 안에서 발설할 때는 자신의 신앙 체계를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이단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신학은 이제 교단 신학교 안에서만 가르치는 제한된 학문으로 남는 게 나을 것이고 일반 학문의 장에서는 인문학의 일부로 편입되는 게 가장 나은 방안일 것이다. 오래 전에 하버드 대학에서 신학을 퇴출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아카데미아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자유롭게 유통되지 못하는 학문이 어디에 발을 붙일 수 있겠는가..

Sunday, April 9, 2023

십자가와 부활

초기 예수 공동체는 우리에게 예수님의 몸의 부활을 전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제국의 힘에 의해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고 십자가에서 처형을 당하신 하나님의 아들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다시 살아나셨다는 이야기가 당대 크리스천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믿음의 내용이었다는 말이다. 부활 이야기가 그들에게 힘이 되는 내용이 아니었다면 초기 공동체가 그렇게 일반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이야기를 끝까지 고집했을 이유가 없다. 

나에게 부활 신앙이 없다면 그것은 내가 아직 십자가의 길을 걷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십자가의 길을 걷는 사람은 너희가 나를 죽여도 하나님이 나를 다시 살리신다는 그 부활의 믿음이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십자가의 길은 잘못된 종교나 제도 권력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살리고 그들에게 자유를 주고자 애쓰시던 삶의 길이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권력자들에게 세뇌되어 있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다 다다른 길이었다. 십자가를 지는 삶이란 나 먹고 살기 위해 고단한 삶을 견뎌내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을 살리는 일,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다. 그런 일에 투신해본 사람들은 그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 줄 잘 안다. 그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다가 내가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때 비로소 부활 신앙의 차원이 열리게 된다. 

부활에 대한 의문은 탁상공론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늘 부활이 진짜 있었냐 없었냐 이런 이야기만 하면서 싸우게 될것이다. 그런 식으로는 절대 부활 신앙을 이해하지 못한다. 예수님의 명령을 따라,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그 엄청난 고난을 당하셨던 예수님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에게만 부활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그 길을 따르지 않으려 하는 자는 부활은 커녕 십자가의 도에도 다다르지 못하게 된다. 십자가의 길을 걷지 않는 자가 어찌 부활 신앙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Sunday, March 26, 2023

적절한 힘

직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나는 이곳의 근무환경이 한국에 비해 너무 좋아서 불만 사항이 거의 없는데, 같이 일하는 이곳 동료들은 이런 저런 불만들이 꽤 많다. 그들이 봤을 때 나는 회사에 불만도 없이 일만 잘하는 너무 착한 사람인 것이다. 뭐 착한 사람인 것은 맞지만.. 이 사람들은 내가 예전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왔던 활동가 역할까지 했던 사람인 것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왕년에 대기업 유통회사 본사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는 것도 모른다. 어찌보면 나는 그 사람들보다 노동이나 유통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불만 사항을 찾아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들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 사측이 잘못을 하면 나도 목소리를 내겠지만 별 문제거리도 안되는 것들을 가지고 트집을 잡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어찌보면 사람들은 사소한 것들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인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극도의 정밀함을 요구해야하고 그만큼의 에너지를 써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이라면 그냥 가볍게 넘기면 된다. 탁구에서도 그렇지만 모든 공을 강공으로 넘기려고 하면 안된다. 부드럽고 짧게 툭하고 넘겨줘야 할 때도 많다. 그래야 몸도 상하지 않고 경기도 재밌게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몸에 힘을 풀고 편안하게 있다가 힘을 줄 때에만 순간적으로 힘을 잠깐씩 써주면 된다. 그런 사람들이 훨씬 탁구를 잘하고 오래할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매사에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는 사람 또는 매사에 불평이 많은 사람은 같이 지내기가 피곤하다. 꼭 필요한 일들에만 힘을 쓰고 나머지 일들에는 힘을 빼고 있는 게 좋다. 물론 매사에 적절한 힘을 투입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탁구의 고수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그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사안에 맞춰 적절한 힘을 투입하고 있는지 스스로 잠깐씩이라도 생각해보며 살아갈 수는 있지 않을까? 최소한 잠깐이라도 이게 내가 화를 낼만한 일인가? 내 감정을 내 에너지를 이런 일에 소비해도 되는가? 이런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Wednesday, February 22, 2023

영어로 말하기

우리 집에서 1년간 같이 살게된 동생이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동생은 교대를 나왔는데, 대학때는 영어 공부를 안했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영어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영어에 손놓고 있다가 이번에 이 나라에서 1년간 살기로 하면서 오랜만에 영어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모든 걸 나에게 일임하고 살면 영어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 학교 선생님도 만나야 하고, 교회에 가면 다 영어하는 사람들 뿐이고, 물건을 사러 가거나 커피를 마시러 갈 때도 영어를 해야 하니 영어를 하지 않으면 본인이 불편한 상황이라 어쩌겠는가..

하여 나도 틈틈히 동생이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데, 동생에게 해주는 조언을 정리해보면 대략 이렇다.

1. 한국말을 영어로 직역해서 쓰려고 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원어민들은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듣고 그대로 따라해라. 영어는 우리의 말이 아니고 그들의 말이다. 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따라서 나오는 말이지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사고방식을 통해서 나오는 말이 아니다. 먼저는 그들의 말을 듣고 따라하는 것이 먼저다. 사실 한국말을 할 때 우리도 다들 비슷한 방식으로 말한다. '물 마실래?' 라고 하지 '물 원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문법적으로는 둘 다 맞아도 한국 사람들은 아무도 물 원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극장으로 영화 보러 갈 때 go see a movie 라고 하지 아무도 go watch a movie 라고 하지 않는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잘 듣고 따라하는 것이다. 말할려고 하지 말고 먼저 들어야 한다.

2. 들을려고 해도 안들리는 데 어떻게 들을 수 있나?  당연히 안들린다. 소리를 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로 말을 할 때 내는 모든 소리가 한국말과 다르다. 그 소리에 익숙해져야 한다. 원어민들은 read를 '리드'라고 말하지 않는다. park를 '파크'라고 말하지 않는다. 문장도 또박또박 말하지 않는다. 입말은 글말과 다르다. 압축하고 연결하고 지우고 강세를 두면서 말한다.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머리 속에 입력했었던 모든 한국식 영어 소리를 다 지우고 새로 배워야 한다. 글자를 지우고 소리를 듣고 따라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소리의 차이를 더 빠르게 분별하고 어떤 사람들은 좀 느리다. 계속 들어서 어떤 식으로 소리를 내는지 구별하고 따라할 수 있어야 한다.

3. 영어식으로 생각하라. 영어는 개체에 집중한다. 가령 집주소를 말할 때 여기에서는 번지, 도로명, 도시, 도 순으로 말한다. 집이라는 개체 우선이다. 한국은 그 반대다. 도, 도시, 도로명, 번지 순으로 말한다. 영어에서는 개체 즉 주어에 집중하고 주어의 동작을 우선적으로 말한다. 모든 개체가 주어가 될 수 있다. '책상에 컵이 있다'고 말하지 않고 '컵이 책상 위에 있다'고 말한다. A cup is on the table. 영어를 말하는 사람이나 한국어를 말하는 사람이나 똑같은 현상을 본다. 그런데 그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말을 할 때는 말이 다르게 나온다. 사고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식 사고는 개체 중심이다. 개체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간다. 학교에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고 있고 그 앞에 학교가 있다. I am going to school 인 것이다. 머리 속에 말하고 싶은 상황을 영상으로 떠올리고 주어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4. 발음은 중요하다. 쉬운 단어를 말했는데도 이곳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발음이 성우처럼 완벽해야 된다는 말이 아니라 이곳 사람들이 편하게 알아들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억양은 있어도 된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 억양이 있다. 괜찮다. 그런데 원어민들이 알아들을 정도로는 말을 해줘야 한다. 내 목소리를 녹음을 해서 들어보고 최대한 비슷하게 원어민 발음을 따라하려고 노력해야한다. 모음과 자음, 강세, 연음을 잘 듣고 따라해야 하고, 발성도 조금은 바꿔줘야 한다. 내가 영어로 말을 할 수 있어도 내가 하는 말의 소리를 원어민들이 못 알아듣는다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짧은 말부터 하나씩 이곳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발음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5. 브로큰 잉글리쉬부터 해야 한다. 문장을 문법에 맞게 만들어서 말하려고 하면 대화를 할 수 없다. 대화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 대화하기 편했던 상대는 짧은 한국말을 계속 던지는 사람이었다. "밥 먹었어. 어제. 맛있었어. 친구랑 갔어. 김치찌개. 또 먹고 싶어."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과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함께 있으면 말 없이 가만히 있는 사람이나 말을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서 하려고 하는 사람과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기가 힘들었다. 짧은 영어를 계속 이어서 말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서 하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복잡한 문장도 말할 수 있게 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외에도 많지만...

한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동생이 쉬운 영어도 편하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일 년 동안 최대한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워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Wednesday, February 15, 2023

소마 삭스 프뉴마

소마와 삭스와 프뉴마에 대한 이야기들에 별 관심이 없고 이 셋을 굳이 분리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어떤 식으로라도 이에 대해 말을 해야 한다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소마와 삭스와 프뉴마는 분리되지 않은채 사람의 존재를 구성한다.
삭스는 지구상의 모든 물질들의 구성요소와 다르지 않다.
내 삭스와 동물의 삭스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삭스들은 각각의 개체로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독특한 소마가 된다.
가령 개와 고양이가 같은 삭스로 만들어졌지만 그 둘은 다른 소마다.
물론 각각의 개와 각각의 고양이도 각 개체별로 다 다른 소마가 된다.
즉 소마는 모든 생명 개체의 고유한 정체성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의 소마는 인간이라는 삭스에 하나님이 프뉴마를 불어넣어주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면에서 사람은 동물과 다르다.
어떤 동물도 그런 방식으로 생명체가 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의 소마에는 프뉴마가 있다.
하지만  이 프뉴마적 소마는 각성되지 않으면 삭스에 압도당한다.
사람의 소마가 삭스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프뉴마(성령) = 그리스도의 영이 임하여 그 사람의 프뉴마를 각성시키고 그 사람의 소마를 삭스적 소마가 아닌 프뉴마적 소마로 만들어준다.
삭스적 소마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 인간이지만
프뉴마적 소마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다.
사람의 소마는 늘 이 삭스적 소마와 프뉴마적 소마 사이의 긴장 속에서 산다.
우리가 죽으면 삭스는 다 분해되어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되면 삭스적 소마는 삭스와 함께 분해되어 사라질 것이고, 프뉴마적 소마는 삭스의 인력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질 것이다.
부활은 이러한 프뉴마적 소마에게 일어나는 복이다.
최후의 심판 때 프뉴마적 소마들은 하나님의 나라에서 하나님과 함께 살게 될 것이고 삭스적 소마들은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다.

Monday, February 6, 2023

동생이 왔다

막내 여동생 가족이 우리집을 방문해서 함께 있은지 2주가 되었다. 동생과 매제와 조카 이렇게 세 가족이 한국에서 방문을 한 것이다. 매제는 다음 주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동생과 조카는 우리 집에서 1년을 머물 예정이다. 동생이 18년간 교사로 일한지 처음으로 긴 휴가를 갖는 셈이다. 아홉살 된 조카는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에 보내서 벌써 일주일을 다녔다. 영어도 못하는 녀석이 벌써 이곳 학교가 한국 학교보다 좋다고 한다.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자기 반에서 최고 미인인 금발의 소녀가 자기를 잘 챙겨주고 있다며 너무 좋아하고 있다. 

동생은 이곳에서 일주일에 두 번만 영어 학원에 다니면서 쉬기로 했다. 내가 영어도 좀 가르쳐주고 신앙 상담도 좀 해주면서 편하게 지내도록 할 생각이다. 동생과 아내와의 관계도 언니 동생처럼 편한 사이이다. 동생이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아내를 봐왔던터라 서로 편안해 한다. 우리 아이도 사촌 동생이 함께 있으니 매일 둘이서 즐겁게 놀고 있다. 둘 다 외동으로 자라서 외로웠었는데 같이 있으니 좋은가 보다. 얼마나 서로 말을 많이 하던지 불과 몇 주 사이에 우리 아들의 한국어 실력이 엄청 늘었다. 조카의 영어 실력이 늘려면 우리 아이가 영어로 대화를 해줘야 하는데 둘 다 한국말을 하니 조금 난감하기는 하다. 

13년 전 우리가 처음으로 이 나라에 왔을 때 동생 부부가 재정적으로 가장 많은 도움을 줬었다. 한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이 땅으로 왔었는데 그 때 동생 부부가 준 돈이 없었다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었을거다. 이번에 그 도움을 나름 갚을 수 있게 되어서 아내와 내가 참 감사하고 있다. 동생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집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뒷마당의 별채를 리모델링해서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해놓았다. 거금이 들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고 매일 조카 픽업을 해주는 일도 감사한 마음으로 해주고 있다.      

세 식구만 살던 집이 갑자기 다섯 식구가 사는 집으로 변했다. 왠지 다복한 가정이 된 것 같고 든든한 기분이 든다. 반대로 한국에 계신 부모님은 꽤나 쓸쓸한 기분이 들것 같다. 동생이 부모님 곁에 살면서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부모님을 만나고 수시로 챙겨드렸었는데 이제 일 년간 떨어져 있어야 하니 연로하신 부모님이 얼마나 허전하실지.. 부모님도 그렇고 동생도 그렇고 다를 별 탈없이 잘 지내다 일 년 후에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Saturday, January 14, 2023

탁구일기 2023년 1월 13일

새해 들어 탁구 클럽에서 수요일 저녁 탁구를 2월 중순까지 쉬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월, 금 오전 시간대를 찾아갔었다. 오전 시간대는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탁구를 많이 치신다. 간혹 4, 50 대도 있지만 80 퍼센트 이상은 70대인것처럼 보였다. 팬데믹 이전에도 한번 가본적이 있었는데 그때에 비해 숫자가 절반 정도로 줄은 듯했다. 

오늘 탁구를 치면서 내가 이 시간대에 와서 탁구를 쳐드리는 것이 이 분들에게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분들과 탁구를 치는 것이 내 탁구 실력 향상에는 큰 도움이 안되겠지만 어르신들이 즐겁게 칠 수 있도록 공도 잘 받아드리고 열심히 공을 주어다 드리는 것만으로도 작은 섬김의 실천이 되지 않겠는가. 

슬픈 일도 있었다. M 할머니를 2 년만에 만났는데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나를 못알아볼 수가 없을텐데, 나와 우리 가족에 대한 기억을 전혀 못하고 계셨다. R 할아버지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수요일 저녁에 나와서 탁구를 치던 분이셨고 그 때만 해도 나를 이겼던 분이셨는데, 이번에 함께 쳐보니 몇 달 사이에 움직임이 크게 느려지셨다. 그분들의 급격한 변화를 보니 지금 괜찮아 보이시는 분들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될 수 있는 대로 오전 시간대에도 나가봐야겠다. 그냥 그분들과 같이 어울려서 탁구를 치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할애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