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탁구라켓에 공이 달라붙는듯한 느낌이 뭔지 알게됐다. 주로 포핸드에서 그 느낌을 받는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스윙을 통해 라켓과 공의 임팩트가 일어나는 순간 탁구공의 무게가 진득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이걸 탁구에서의 손맛이라 불러도 될 듯하다. 낚시에서도 손맛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탁구에도 그런 맛이 있었다. 낚시를 좋아했던 이유가 집중에서 오는 고요함과 손맛이었는데, 탁구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 몸을 많이 움직이긴 하지만 탁구공의 움직임에 집중할 때 느껴지는 동중정의 느낌이 있다. 부산하지 않고 고요하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을 가르고 날아오는 하얀 탁구공을 정확한 타이밍에 라켓의 스윗스팟에 맞혔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손맛의 짜릿함이란...
어제 오랜만에 J와 탁구를 쳤다. J와는 6개월 전에 한차례 탁구를 쳤었는데, 그 때는 내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의 공을 받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제는 거의 대등한 수준의 플레이를 했다. 내 실력이 늘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클럽에서도 대회에 출전하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나랑 같이 탁구를 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내가 탁구 치는 모습을 구경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물론 아직도 갈길이 멀긴 하지만 진보가 있으니 좋다. 실력이 늘어날 수록 중심이 낮아지고 차분해지고 공에 대한 집중력이 강해지고 있다. 체력도 좋아지고 있으니 금상첨화. 사람을 대하듯 공을 대하고 공을 대하듯 사람을 대한다. 다양한 루트에 다양한 성질로 날아오는 공에 집중해서 그에 맞게 라켓을 대야하듯, 내가 만나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에게도 그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김영민 선생이 이야기 하는 "'응하기'는 그야말로 전부"라는 말의 의미를 탁구를 치면서 다시금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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