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26, 2021

10년 전 이맘때

10년 전 9월, 처음 이 나라에 왔다. 갓 돌이 지난 아이를 안고 이민 가방 두 개를 끌고 공항문을 나섰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이 나라에서 감사하게도 키위 교회 사람들의 도움으로 좋은 렌트 집과 오래된 자동차를 저렴한 값에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일자리가 쉽게 구해지지 않아서 맘고생을 좀 했었다. 11월이 다 지나도록 일을 얻지 못하자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통장의 잔고가 거의 말라가고 있었던 즈음, 아마도 12월 크리스마스 쯤에 청소 일자리를 구했던 걸로 기억한다.     

10 년이 지난 지금, 그 때에 비하면 참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집도 있고, 차도 두 대나 있고, 직장도 있고, 아이도 잘 크고 있고.. 물론 집도 차도 이 나라 기준으로 중간 이하의 수준이지만 그 정도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이 정도 정착하고 살아가면 됐다고 생각한다. 10 년이 더 지나서 2031년이 되어도 우리 삶의 수준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거다. 그 때 쯤이면 90 살이 되어있을 이 고택을 잘 돌보며 느리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10 년 후면 아이도 독립해서 제 힘으로 살아가고 있을 터이니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도 자유로워 질테고.. 건강만 나빠지지 않는다면 아내와 함께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넷플릭스 '지옥'

어느날 나나 가족에게 닥친 사고나 불행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거대한 지옥의 괴물들이 집단 린치를 하는 모습으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고통이나 아픔은 얼마나 처절하겠는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은 늘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런 죽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런 불행에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불행을 신의 뜻이라하고 죄의 결과라 일컫는 사람들이 있어왔다. 

예수님이 알려주신 하나님의 모습은 알곡이 다칠까봐 가라지도 뽑지 않고 의인과 악인 모두에게 햇빛과 비를 주는 사랑의 하나님이셨는데, 그런 하나님보다는 잘못하면 벌을 내리고 죽이는 무서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교회에도 여전히 있다. 

비단 기독교에만 신을 그렇게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전에 봤던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지옥'도 그렇고 종교들 중에 기독교가 메인 타겟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기독교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여태껏 교회가 그러한 인상을 사람들에게 많이 심어주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Wednesday, November 3, 2021

몸이 자주 아프다

요즘 몸이 자주 아프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허리를 다쳐서 고생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전립선과 신장에까지 염증이 생겼다. 초기에 항생제를 먹긴 했는데 균을 다 잡지 못했나보다. 이번에 2차로 더 센 항생제를 먹고 있다. 신장이 아픈 적은 처음인데 꽤 불편한 통증이다. 갈비뼈 아랫쪽 등 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전에 결석이 생겨서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통증이 꽤 압축적인 통증이었다면 이번 통증은 좀 넓게 울리는 통증이다. 10일간 하루 네 번씩 항생제를 먹기로 했다.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몸은 그렇지 못한가보다. 근 10년동안 대상포진, 결석, 이석증, 갑상선저하증,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신장염까지 경험하고 있다. 그래도 심각한 질병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건강은 확실히 자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떤 병이 들지 알 수가 없다. 젊었을 때 병원 한번 갈 일이 없었는데 지금은 병원 가는게 익숙해졌다. 

병에 걸리지 않으면 좋겠지만 걸려도 별 특별한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런 병도 있구나, 이런 아픔도 있구나 하는 걸 배우고 있다. 신장염에 걸리면 커피를 마시지 않는게 좋다고 해서 당분간은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 한다. 내가 오랫동안 즐겨했던 낙이 커피를 마시는 것이었는데, 이제 얼마간은 커피도 못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 별로 아쉽지 않다. 그냥 안 마시면 되는 거니까..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은 어렵지만 내 몸을 돌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제는 병들고 아픈 것에도 초연해진 것 같다. 아픈 것도 일상이요 건강한 것도 일상이다. 응급실에도 세 번 실려간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그냥 그랬던 것 같다. 아픈 게 특별하지 않은.. 그냥 그럴 수 있는.. 약이 있으면 먹으면 되고, 먹지 말아야 되는 게 있으면 안 먹으면 되고.. 나으면 낫는 거고, 안 나으면 그냥 같이 가는 거고.. 갑상선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같은 경우는 지금도 매일 약을 먹고 있다. 그냥 일상이 되었다. 

아내가 걱정을 하니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아픈 것에 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그냥 모든 면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욕심도 없고.. 그렇다고 삶이 즐겁지 않은 것도 아니고.. 요즘 봄이라서 뒷 마당에 자주 나가서 앉아있는다. 잔디와 나무와 꽃들이 너무 아름답다. 늘 보는 것들이지만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어떻게 저렇게 겨울을 이겨내고 새싹들을 피워내는지.. 

밤에 나가서 일하는 것도 재밌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도 친해졌고.. 손목이 시큰거릴 때가 많지만 몸을 움직여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아름다운 세상이다. 내 몸은 자주 아프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이만큼 살아올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