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28, 2024

사춘기 아들

현역 목회자는 아니지만 아직은 설교 요청을 가끔 받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목사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내 안에 목사의 정체성이 아직 남아있기도 하니, 내 아들은 일단 자타 공히 목사의 아들이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고 목사의 아들로 성장했다. 

목사의 아들답게 내 아들은 당연히 지금까지 매주 교회에 다니며 예배를 드려왔다. 그렇지만 나도 잘 알고 있다시피 현재 내 아이는 신앙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성과 합리를 중시하는 아이답게 자기 수준에서 보는 성경은 말도 안되는 책이고, 하나님이라는 존재는 물리적으로 파악되지 않는 존재이니 실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도무지 자기가 교회에 가서 예배 시간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교회에 관심이 없으니 중고등부 모임에 가서 모르는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은 이유도 없고 그냥 자기 학교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좋다고 하고.. 

여태까지는 가기 싫어도 억지로라도 가서 앉아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싫다고 하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이제 강요가 아니라면 교회에 가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결심을 분명히 했고 이제 공은 나에게 넘어왔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는 내 신념에 따라 내 아들에게 신앙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의 기독교 신앙과 성경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고쳐주는 일도 같이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는 아직 내가 도달한, 또는 현대 신학이 도달한 성경이나 신앙의 이해에 당연히 도달하지 못했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쓸모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섣부르고 어리석은 일이다. 

내 아이는 만 열네 살로 자기 중심성이 강한 사춘기의 시기에 도달해 있기에, 그 시기의 특성을 존중해 주면서 대화를 해 나가기로 했다. 주일에 교회에 안 나가도 되지만 집에서는 아빠 엄마와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아이는 아직 나와 사이가 좋고 내가 하는 말도 잘 듣는 편이다. 나는 가령 성경의 어떤 사건을 이야기할 때 그냥 믿으라는 말을 하지 않고, 현대적 의미에서 설명해주고, 그 사건에 대한 여러 다양한 해석들을 알려주고 그 해석들 중에서 자기에게 합당한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식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나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이곳은 내가 자랐던 환경, 문화와 전혀 다른 곳이다. 아이는 한 살 때부터 이 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에 내가 자랐던 한국이라는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나는 나에게 익숙한 한국 문화 속의 아버지처럼 내 아이를 대해서는 안된다. 한국에서 자라면서 내 안에 자연스럽게 새겨져 있는 엄한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아버지의 모습이 발현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아이와 나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에게 기독교 신앙을 설명해/보여 주고 아이가 나처럼 예수님을 자기 삶의 가장 중요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 볼 것이다.     

Thursday, November 21, 2024

마오리

이 땅은 마오리인들의 땅이다. 백인들이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이 땅은 그들의 땅이었고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서양 제국들의 식민주의가 온 세상을 휩쓸어가던 시절 남반구 저 멀리에 홀로 동떨어져 있었던 이 땅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영토를 찾아 뻗친 서양의 촉수가 닿았다. 영국과 마오리 족장들 사이에 와이탕이 조약이 체결된 해가 1840년이니 벌써 거의 200년 가까이 이 땅에 마오리인들과 이방인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의 역사 속에서 마오리인들은 많은 아픔을 겪었다. 땅을 빼앗기고 문화가 억눌리고 언어도 빼앗길뻔하고.. 집안에 손님을 들였더니 손님이 주인 행세를 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미국이나 호주와 달리 의식있는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애썼고 지금은 마오리의 문화와 권리가 많이 회복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도 상대적으로 나아진 것이지 마오리들이 보기에는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집권 여당이 마오리의 특별한 위치를 무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으니 마오리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반도에서 나고 자라고 일제에 맞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썼던 독립투사들을 존경하는 나는 이 땅에 터를 잡고 살아온 마오리들이 겪은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벌이는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  

뉴질랜드에는 마오리인들을 싫어하고 그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백인들과 아시안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노동당과 녹색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마오리의 편에 서서 그들의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마오리인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1900년대 초반 한반도와 중국에서 외로운 투쟁을 해나가고 있었던 소수의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며 가슴아파했던 나는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마오리인들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법안을 찢어버리며 하카를 외치는 마오리 의원

이 마오리 의원은 20세에 최연소 국회의원이 된 Hana 의원이다. 나는 이 여성의원의 하카를 들을 때마다 그 당당함과 열정에 놀라움을 느낀다. 그의 몸안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들어 있는 느낌이다. 함께 하카에 동참하는 동료 마오리 의원들과 백인 의원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Thursday, November 7, 2024

작은 땅의 야수들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소설책을 읽었다. 김주혜라는 한국계 미국 작가가 쓴 책이다. 예전에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어서 또 다른 한국계 미국 작가가 쓴 이 책은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다. 파친코는 영문판을 읽었었는데, 이 소설은 한국어 번역판을 읽었다. 영문판이 원작이라는 걸 몰랐다면 한국어판이 원작이라고 생각했을만큼 책이 자연스럽게 읽혔다.   

신기하게 파친코도 그렇고 이 소설도 그렇고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확실히 어렵고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배경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더 깊은 울림을 일으키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었고 지금도 인간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착잡해진다. 그런게 세상이고 그런게 인생이라면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인생일까? 

내 삶도 책 속에 담아본다면, 이 책만큼 드라마틱하진 않더라도, 이 책과 비슷한 이런저런 내용들이 담기게 될 것이다. 시대적 상황은 다르고 고통의 무게도 다르겠지만 내 삶 속에도 이 책과 공명되는 사건들, 인물들이 좀 있다. 나는 이제 제주도로 간 옥희처럼 편안히 살고 있다. 여기 사람들에겐 나도 타지인이지만 이젠 여기에도 친구가 있고,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 본래 안하던 일을 배워서 지금은 동료들보다 더 잘하고 있고... 책의 마지막 장에서 옥희가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그 어떤 것에 대한 소망도 동경도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말하는데, 나도 몇 년 전부터, 그런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다.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