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26, 2022

외할머니

2002년에 결혼을 하고 2003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외할머니에게 좋은 옷을 사드렸던 적이 있었나보다. 나는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할머니가 그 옷을 외손주가 사준 옷이라고 지금까지 아껴 입으시면서 잘 보관하고 계셨다고 알려 주셨다. 20년이 지난 옷이 아직도 상태가 좋아서 외할머니와 사이즈가 비슷한 작은 이모가 입기로 했다고 한다.  

외할머니.. 지난 주에 향년 102세의 나이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친할머니가 살아계셨던 유년 시절에는 외할머니와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아마도 내 나이 여덟 살 때쯤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고나서부터는 외가쪽 사람들과 더 친하게 지냈던 듯 하다. 

외할머니는 말수가 적으셨다. 백년을 넘게 사시면서 일제 시대와 한국전쟁 시대를 모두 겪으셨으니 아마도 말수가 많으신 분이었다면 그 시절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테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곤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와 함께 일본에서 몇 년간 사셨다는 게 전부다. 얼마전 파친코라는 책을 읽고 드라마도 봤었는데 외할머니도 그 시절을 일본에서 보내셨던거다. 

내가 외할머니와 가장 가깝게 지냈던 때는 대학 시절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와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했었을 때다. 그 때 서울에 살고 계셨던 큰 외삼촌 댁에 얹혀 살면서 외할머니와 한방을 썼었다. 집에 외숙모가 안계실 때는 내 밥도 자주 차려주셨다. 작게 부쳐내던 김치전이 단골 메뉴 중에 하나였는데 지금도 그 전의 모양과 맛이 기억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용돈을 몇번 드리려고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용돈을 받지 않으시고 나에게 용돈을 주시기만 했다. 아마도 가난하게 목회하시는 우리 부모님 생각에 그러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할머니는 평생 마른 체형에 큰 병치레를 하지 않으셨다. 청력만 좀 안좋아지셨지 시력도 좋으셨고 백 살이 넘어서도 텃밭을 일구실 정도로 몸 상태가 좋으셨다. 오래 살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들을 하지 않고 그냥 평범한 시골 할머니로 사셨는데도 이렇게 장수를 하셨다. 그래도 나이를 이길 수는 없으셨는지 얼마전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시고 며칠 만에 돌아가셨다. 

외국에 있어서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외할머니와 나는 이별을 했다. 외가쪽으로 세 분의 외삼촌과 네 분의 이모들이 계시고 다들 결혼하셔서 20 명의 외손주와 또 20명 쯤 될 증손주들이 있으니 가시는 길이 외롭지는 않았으리라 믿는다. 그래도 돌아가시기 전에 한 방에서 같이 지냈던 외손주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셨더라면 좋으셨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Wednesday, October 12, 2022

마트 노동자

마트에서 정규직 노동자로 일주일에 3일씩 일한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이 나라 슈퍼마켓 업계에 두 개의 대기업이 있는데 나는 그 중의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호주회사인데 상대 회사와는 달리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회사 조직도에 CEO부터 말단직원인 내 이름까지 올라가 있다. 같이 일하는 20대 직원들 중 그 사다리를 올라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텐데 다들 그러고 싶지는 않아한다. 내 입장에서 보면 젊은 나이에 그냥 말단 직원으로만 있는게 안타까워보이는데 문화적 차이인지, 세대 차이인지 그 아이들은 그냥 그 정도로 일하면서 스트레스 없이 사는 생활에 만족해 보인다. 나야 이제 나이도 있고 이 쪽 일이 내 커리어도 아닌지라 매니저 자리를 계속 고사하고 있지만 젊은 애들은 왜 위쪽으로 올라가려하지 않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우리 회사 채용 공고가 뜬 걸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약 400개 정도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다들 원서를 냈는데 연락도 없고, 왜 일하고 싶은데 뽑아주지 않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이미 여기서 일하고 있는 지라 잘 모르고 있었는데 우리 회사 마트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하긴 2, 30 년 이상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 걸 보면 그렇게 나쁜 일자리는 아닌 것 같긴하다. 쇼핑할 때 직원 할인도 해주고 이런 저런 복지 혜택도 있고 실내에서 정해진 시간만 딱 일하면 되니 그냥 돈 욕심 없는 사람들이 일하기는 괜찮은 일자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입장에서는 좋은 직장이 맞다. 우선 정규직이지만 주 3일만 일하고 있고, 밤에 일하니 낮에 아이 픽업도 할 수 있고, 몸을 움직이는 일이니 운동도 되고, 머리를 쓰는 일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없고, 주로 영업 종료 후에 일하니 고객들 상대할 일도 없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이나 오디오 북을 들으면서 일할 수 있고, 실내에서 일하니 춥지도 덥지도 않게 일할 수 있고, 휴가나 병가 쓰는 것도 어렵지 않고, 노조가 있어서 임금 협상도 알아서 해주고.. 가끔 이제 다른 일이나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내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 시골에서 이보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국의 마트 노동자들은 요즘 노동 환경이 어떤지 모르겠다. 예전보다는 좋아졌겠지만 좀 더 좋아져서 이 나라처럼 1 년에 최소 4 주씩은 무조건 휴가를 쓰고, 아무리 바빠도 철저하게 휴식 시간을 지키고, 병가도 전화 한통으로 편하게 낼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라본다.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