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열네 살인 아들이 초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두 명이 왔는데 둘 다 여자애들이다. 요즘 부쩍 그 애들이랑 어울리더니 결국 우리집에까지 그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지금까지는 우리 아이가 그 아이들 집으로 놀러다녔는데, 그 친구들이 우리집에도 한번 와보고 싶다고 해서 아이가 오라고 했다고 한다.
그 아이들에 대해서는 이미 아들을 통해 들어서 잘 알고 있고 그 중 한 명의 엄마는 초등학교 때부터 얼굴을 알던 사이라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다. 아마도 모든 부모들이 자기 자녀가 좋은 친구들을 사귀기를 바랄 것이고 나도 그렇다. 좋은 친구에 대한 범주가 나는 꽤 넓은 편이다. 범죄를 모의하지 않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아이들이라면 다 좋은 친구다. 공부를 못해도 괜찮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도 괜찮고, 종교가 달라도 괜찮고, 피부색이 달라도 괜찮다. 오히려 잘나고 똑똑한 애들보다 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더 잘 챙겨주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이 친구들의 분포가 꽤 다양하다. 여러 그룹의 친구들이 있다고 하는데 다양한 아이들이 섞여있다. 내성적인 아이라 남앞에 나서기는 싫어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가 있는 편인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요즘은 오늘 집에 놀러온 친구들과 제일 자주 만나는 것 같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만난다. 시내도 놀러나가고 바다로 수영하러 가기도 하고 그 친구들 집에 놀러가서 밥도 얻어먹고 오고 그런다. 혹시 이성적인 끌림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니 그런 건 아니라고 한다.
오늘은 아내 없이 나 혼자 집에 있는 날이어서 애들은 별채에서 놀고 내가 딱히 먹을 것을 챙겨주거나 애들과 얘기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한국 애들이 아닌 이 나라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내가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애들 같으면 편하게 대할 것 같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도 알 것 같은데, 백인 청소년들을 막상 만나니 뭔가 편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부모들이랑은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들만 있으니 왠지 어려운 느낌이었다. 게다가 여자 아이들이라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여기서는 아이들이 내 이름을 부르나? 미스터를 붙이나? 아들의 친구들이 내 퍼스트 네임을 부르면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에서는 미스터를 붙인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이 나라에서는 또 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내 아들은 친구 엄마의 퍼스트 네임을 부른다고 하니.. 아무튼 문화는 정말 어렵고 그나마 내가 경험해봤고 경험하고 있는 성인들의 문화와 달리 내가 직접 경험해본 적 없는 아이들의 문화는 더 어려워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