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주권이니 전지전능이니 하는 말들이 내 머릿 속에서 빠져나간지 꽤 되었다. 사람들에게 하나님에 대해 설명할 때도 그런 말들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통제하에 있다거나 하나님이 다 알아하실 것이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기도하면 다 된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세상에 넘치는 고통과 슬픔들 앞에서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은 너무 공허하고 허황된 망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하나님이 자연에 부여한 자연의 법칙에 의해서 움직인다. 태풍이 불고 지진이 일어나서 사람이 죽을 때 하나님이 주권을 발휘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간도 물리적인 부분은 당연히 자연의 법칙에 따른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고 치료제가 없으면 죽는 것이다. 총에 맞으면 죽는 것이고 차에 치이면 죽는 것이다. 다 물리 법칙에 따라 일어나는 일들이고 여기에 무슨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뜻이란 자연 법칙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뜻이란 사람들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서로서로 사랑하며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뜻이란 의지이고 이것은 당연히 심리적인 부분이다. 하나님의 뜻이 있듯이 내 뜻도 있다. 이 뜻이 서로 통해야 한다. 하나님의 마음이 사람의 마음과 통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이지 하나님이 인간의 생로병사에 관여한다거나 물리법칙에 의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고통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준다는 식으로 신앙을 조형해 나가는 것은 전혀 기독교 신앙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 성육신과 상호 의존성에 있다고 믿는다. 예수의 삶에서 밝히 보여졌듯이, 하나님의 말씀은 반드시 육신/삶이 되어야 하고 하나님과 사람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나는 하나님도 인간과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있다고 믿는다.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셨던 예수와 그의 삶과 가르침을 받아들였던 제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져가고 있지 않는가. 예수가 없고 제자들이 없다면, 즉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어찌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사람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지 않으면 하나님도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다. 하늘에서 이루어진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려면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실 것이다. 하나님의 그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이지 내 삶에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기독교 신앙이 아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 기독교 신앙이 아니다. 하나님의 뜻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든 그 자리에서 사랑의 삶을 사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묻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이 사랑으로 돌아오지 않는 세상에서, 사랑이 사랑으로 돌아오는 세상이 될 때까지,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도 이루어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의 삶을 사는 것이 기독교인의 자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