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28, 2022

캠핑장에서 만난 아주머니

캠핑장의 등급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이번에 간 캠핑장은 가장 기본적인 편의 시설만 갖춘 곳이었다. 텐트를 치고 자는데 한 사람당 9불이었고 샤워는 돈을 주고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강가에 어느 정도 나무 숲이 있고 바로 앞에 절벽도 있어서 뷰가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아직은 초가을이어서 한 낮의 온도가 22도 밤에는 12도 정도였다. 한 밤 중에는 쌀쌀했지만 강가에서 자유로이 불을 피울 수 있는 곳이어서 밤늦게까지 불을 피우며 밖에서 이야기하기에는 괜찮았다.

예전에 담임했던 한인 교회 남성 교우 두 분과 함께 도착해보니 텐트를 치는 야영객들은 아무도 없었고 모터홈이 하나, 그냥 일반 해치백 승용차 한대만 있었다. 모터홈이 대개 그렇듯 은퇴한 노부부가 운전하며 전국을 여행 중이었다. 남편이 중국계였고 아내분은 백인이었는데 아시안 세 명인 우리를 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 부모님은 광저우 출신이고 자기는 여기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와이프들은 어디있냐고 해서 남자들끼리 왔다고 했더니 아내분이 살짝 웃었다. 아내들은 캠핑을 싫어해서 남자들끼리만 1박하러 왔다고 했다.

동료들이 야영비를 내러 간 사이에 승용차를 타고 와있던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50 대 후반이나 60대 초반 쯤으로 보였는데 어디서 사시냐고 했더니 약간 머뭇거리다가 혼자서 차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에 '노마드 랜드'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실제 그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분을 만난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자를 키우며 살고 있었는데 아이가 다 커서 자기 아빠가 있는 호주로 가버리고 혼자 살기엔 렌트비가 너무 비싸서 차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은 딸이 살고 있는 다른 도시까지 가보려 한다고 했다. 차 안에는 고양이와 새가 있다고 했다. 그래도 함께 다니는 고양이와 새가 있어서 덜 외롭겠다고 얘기해주기는 했는데 마음이 좀 그랬다. 노년에 차에서, 그것도 모터홈도 아닌 일반 승용차에서 홀로 생활을 해야하는 처지라니.. 물론 딸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딸도 그리 형편이 좋지는 않을 거라 짐작되었다.

밤에 텐트에 누웠는데 아직 초가을이어도 열기가 없으니 쌀쌀했다. 자동차도 히터를 틀지 않으면 추울텐데 아주머니는 괜찮으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7시 반쯤에 세수하면서 다시 뵀는데 그 시간에 떠난다고 했다. 다음 숙박지는 어디실까.. 떠나는 차의 배기구에서 연기가 좀 나는 걸로 보니 차 상태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는데 무사히 딸네 집에 잘 도착하고 살 곳도 곧 찾으시길 기원해 본다.        

Friday, March 25, 2022

본 회퍼의 그리스도론

 


그리스도론, 디트리히 본회퍼 지음, 정현숙 옮김, 복있는 사람 2019

"그리스도에 관한 가르침은 침묵 속에 시작된다... 교회의 침묵은 말씀 앞에서의 침묵이다... 선포된 말씀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으며... 말씀은 선포되어야만 한다 (21)."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씀을 선포해야 한다면 입을 다물고 침묵 속에서 그리스도를 만난 후 겸손히 내 삶과 행동으로 그리스도를 선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란 무엇인가. 요한복음에 따르면 하나님의 말씀이 곧 그리스도이다. 말 또는 언어가 이성의 산물이라면. 인간에게도 이성이 있기에 인간도 말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인간의 말(이성)을 통해 세상을 만들어 왔다.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인간의 말로 구성된 세상이 인간 세상이다. 그리스도는 인간의 말과 언어로 구성된 세계를 새롭게 하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따라서 인간의 말에만 익숙한 사람은 그리스도를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기에 그리스도에게 질문을 해야한다면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 스스로 말하십시오"라는 질문 외에는 할 수 있는 질문이 없을 것이다. 이 질문은 질문자의 한계를 인정하게 하며 질문자 자신을 상대화하게 된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 대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다. 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기 보다는 내가 절대자가 되어 당신을 판단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 그러한 자세로는 그리스도를 이해할 수 없다. 그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감추어져 있기에 그 분 스스로 자신을 내보일 때만 우리는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리스도는 이미 자신을 우리에게 내 보이셨다. 하나님의 말씀(로고스)이시라고.. 그래서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은 교회 안에서만 묻고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이다.  교회 밖에서는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그가 하나님의 말씀인가? 어떻게 그걸 증명할 수 있는가?' 와 같은 '어떻게-질문' 만이 던져진다. 그러나 그리스도가 자신을 계시하신 교회 안에서는 어떻게-질문이 아닌 '누구-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이 질문을 진심으로 묻게 될 때 교회는 그 분의 뜻대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Thursday, March 17, 2022

넷플릭스 The Bombardment

신정론이 다인 영화는 아니지만 크리스천인지라 신정론에 관한 물음이 심장에 깊이 박히는 영화였다. 오랜만에 다시 신정론을 마주했다. 여전히 어려운 주제이다. 특히나 전지전능한 사랑의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정말 풀 수 없는 숙제일 것이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죽어가는 아이의 질문 'Did God drop a pencil?'에 뭐라 답할 수 있겠는가..

나처럼 신이 나를 특별 대우해줄 것이란 기대가 전혀 없고, 그저 일상을 은혜로 받아들이며, 신의 뜻을 따라 사는 데에만 집중하는 사람에게는 신정론을 논하는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지만 아직도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신정론은 껄끄러운 주제다. 

전통적인 신관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성도들에게는 자유의지를 이야기하며 신을 변호할 때도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에 들어가면 할 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는 잘 알지도 못하는 신에 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그냥 사람이 할 도리만 잘 하면 되지 않겠는가..

영화에는 자녀와 부모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가령 부모들은 자녀가 아침을 잘 먹지 않을 때 아이에게 화를 낸다. 밥을 잘 먹지 않는 행위와 아이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밥을 잘 먹게 할까를 고민하되 아이에게 화를 내지는 말아야 할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영화를 보면 느끼게 되겠지만 아이가 살아 있음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 때 아이를 소중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