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날인데 몸이 좀 안좋아서 일찍 왔다. 마침 세계 탁구 챔피언십 경기 중 전지희와 순잉샤의 경기를 생중계 하고 있기에 새벽 1시 반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을 하기로 했다.
전지희(세계 13위)는 꽤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이긴 하지만 여자 탁구 세계 1위 순잉샤에게는 지금까지 6전 전패의 기록을 갖고 있다. 요즘 전지희의 폼이 좋은 편이긴 하나 오늘 경기에서도 전지희가 순잉샤를 이길 확률은 극히 낮을 거라 예상하며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역시 전지희가 초반부터 밀렸는데, 더 안타까운 점은 오늘따라 순잉샤의 컨디션이 최상이라는 점이었다. 우리 말에 작두를 타는 것 같다는 말이 있다. 오늘 순잉샤가 딱 그런 날이었다. 도무지 막을 수 없을 공도 다 막아내고 도무지 성공할 것 같지 않은 공격도 다 성공시켰다. 정말 전지희가 그 어떤 공격을 해도 뚫을 수가 없는 철옹성과 같았다. 순잉샤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해도 전지희가 이기기 어려운 상대인데 오늘 같은 최상의 컨디션이라면 전지희가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상태에서 보통의 선수라면 의기 소침하거나 표정이 안좋아지거나 거의 포기하듯 경기를 대충하거나 그럴 것이다. 그런데 전지희가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게임 스코어 2 대 0에 마지막 세번째 경기에서도 5대 0으로 지고 있었는데, 과감한 공격으로 1점을 따낸 뒤에 정말 해맑고 행복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두 손을 번쩍들고 환호하며 기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웃으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에 그때까지 순잉샤를 응원하던 수많은 중국 팬들이 함께 기뻐하며 박수를 보냈다. 나도 그 모습을 보며 환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지금까지 탁구 경기를 보면서 멋진 기술에 놀란 적은 많아도 이렇게 선수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같이 웃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경기에서 형편없이 지고 있는 중에도 한 점을 따낸 것에 기뻐하는 전지희의 모습을 보며 정말 깜짝 놀랐다. 전지희 선수는 올해 만 31세로 나이가 좀 많은 편에 속하는 선수이다. 반면 순잉샤는 23세의 젊은 선수이다. 나이와 경력과 수많은 관중들과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위치를 다 떠나서, 자기가 엄청난 점수차로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무겁고 비관적인 상황을, 단 1 점을 따낸 후 기뻐하며 믿기지 않는 긍정의 힘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정말 대단한, 모두의 예상을 깨는 놀라운 장면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평생 탁구를 쳐왔고, 셀 수 없는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국가대표 선수가 그 1 점만으로 기뻐할 수 있는 용기와 배짱과 순수함을 가지게 되었을까?
전지희의 웃음에 홀려 이 새벽에 이 글을 남긴다. WTT Champions Chongqing 2024 Day3 에 열린 전지희와 순잉샤의 16강 매치의 최종 결과는 11-7, 11-1, 11-2 로 전지희가 순잉샤에게 3-0으로 완패했다. 그러나 나는 세번째 게임에서 1 점을 따내고 환호하며 기뻐하던 전지희의 웃음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