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프리 솔로"라는 다큐 영화에서 알렉스 호놀드를 처음 봤었다. 엘 캐피탄이라는 900미터 높이의 암벽을 맨 몸으로 오르는 과정을 찍은 다큐였는데 정말 나로 하여금 거의 최상급의 놀라움을 느끼게 했던 인물이었다. 이번에도 넷플릭스에서 타이베이 101 빌딩을 맨몸으로 오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게 가능한지, 그의 집중력과 철저한 준비, 마인드 컨트롤 능력에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흔히 사람들이 탈인간급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알렉스는 그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엑스트림 스포츠는 대개 목숨을 걸고 하는 스포츠이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 장비들을 갖추고 한다. 그런데 알렉스 호놀드는 정말 아무런 안전 장비 없이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는 프리 솔로잉을 하기 전에 철저하게, 그야말로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한다. 엘 캐피탄을 등반하기 전에 무려 십 년을 준비했을 정도이다. 그 900미터나 되는 암벽의 첫터치 순간부터 마지막 터치 위치까지 모든 구간을 머리로, 몸으로 완벽하게 외우고, 실패 확률이 제로가 되었다고 확신했을 때 프리 솔로잉을 했던 것이다.
이번 타이베이101 빌딩 등반에도 아마 완벽한 준비를 했을 것이다. 이제 아내와 딸 둘까지 있는 가장인데 얼마나 더 확실히 준비를 했겠는가. 그렇지만 여전히 그의 마인드 컨트롤 능력은 놀랍기만하다.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 중에는 분명히 알렉스 만큼의 기술과 신체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로프없이 프리 솔로잉을 하라고 한다면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한번의 실수가 곧 죽음인 일을 아무런 안전 장비없이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세상은 넓다고, 알렉스보다 더한 사람도 있긴 있었다. The Alpinist라는 다큐의 주인공인 마크 앙드레 르클레르라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알렉스보다 한술 더 떠서 준비 없이 프리 솔로잉을 하는 사람이었다. 철저한 준비와 계획 후에 프리 솔로잉을 했던 알렉스와 달리 그는 준비 없이 곧장 절벽과 맞부딪히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암벽만을 타는 것이 아니라 빙벽도 탔고 온갖 악천후 속에서도 알파인 프리 솔로잉을 했다. 정말 탈인간계 중에서도 최고 레벨이었던 사람이었다. 아쉽게도 2018년에 25세의 젊은 나이로 하산 도중 사고를 당해 실종사로 삶을 마감했지만, 마크 르클레르가 살아있었다면 알렉스와는 또 다른 면에서 놀라움을 주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나도 3년 넘게 탁구를 치면서 한가지 기술을 제대로 몸에 새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고 있다. 이제는 웬만큼 됐겠다 싶은 기술도 상황에 따라 잘 안될 때가 많다. 모든 경우의 수에도 실패없이 한 기술을 성공시킬 수 있게 되려면 알렉스만큼 매일 훈련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몸 뿐이 아니라 마음도 그럴 것이다. 마음도 제대로 사용하려면 얼마나 많은 수련을 해야 하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수련한 만큼, 딱 그만큼 정도의 문제만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