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anuary 28, 2026

스카이스크래퍼 라이브

몇 년 전에 "프리 솔로"라는 다큐 영화에서 알렉스 호놀드를 처음 봤었다. 엘 캐피탄이라는 900미터 높이의 암벽을 맨 몸으로 오르는 과정을 찍은 다큐였는데 정말 나로 하여금 거의 최상급의 놀라움을 느끼게 했던 인물이었다. 이번에도 넷플릭스에서 타이베이 101 빌딩을 맨몸으로 오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게 가능한지, 그의 집중력과 철저한 준비, 마인드 컨트롤 능력에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흔히 사람들이 탈인간급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알렉스는 그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엑스트림 스포츠는 대개 목숨을 걸고 하는 스포츠이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 장비들을 갖추고 한다. 그런데 알렉스 호놀드는 정말 아무런 안전 장비 없이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는 프리 솔로잉을 하기 전에 철저하게, 그야말로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한다. 엘 캐피탄을 등반하기 전에 무려 십 년을 준비했을 정도이다. 그 900미터나 되는 암벽의 첫터치 순간부터 마지막 터치 위치까지 모든 구간을 머리로, 몸으로 완벽하게 외우고, 실패 확률이 제로가 되었다고 확신했을 때 프리 솔로잉을 했던 것이다. 

이번 타이베이101 빌딩 등반에도 아마 완벽한 준비를 했을 것이다. 이제 아내와 딸 둘까지 있는 가장인데 얼마나 더 확실히 준비를 했겠는가. 그렇지만 여전히 그의 마인드 컨트롤 능력은 놀랍기만하다.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 중에는 분명히 알렉스 만큼의 기술과 신체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로프없이 프리 솔로잉을 하라고 한다면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한번의 실수가 곧 죽음인 일을 아무런 안전 장비없이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세상은 넓다고, 알렉스보다 더한 사람도 있긴 있었다. The Alpinist라는 다큐의 주인공인 마크 앙드레 르클레르라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알렉스보다 한술 더 떠서 준비 없이 프리 솔로잉을 하는 사람이었다. 철저한 준비와 계획 후에 프리 솔로잉을 했던 알렉스와 달리 그는 준비 없이 곧장 절벽과 맞부딪히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암벽만을 타는 것이 아니라 빙벽도 탔고 온갖 악천후 속에서도 알파인 프리 솔로잉을 했다. 정말 탈인간계 중에서도 최고 레벨이었던 사람이었다. 아쉽게도 2018년에 25세의 젊은 나이로 하산 도중 사고를 당해 실종사로 삶을 마감했지만, 마크 르클레르가 살아있었다면 알렉스와는 또 다른 면에서 놀라움을 주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나도 3년 넘게 탁구를 치면서 한가지 기술을 제대로 몸에 새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고 있다. 이제는 웬만큼 됐겠다 싶은 기술도 상황에 따라 잘 안될 때가 많다. 모든 경우의 수에도 실패없이 한 기술을 성공시킬 수 있게 되려면 알렉스만큼 매일 훈련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몸 뿐이 아니라 마음도 그럴 것이다. 마음도 제대로 사용하려면 얼마나 많은 수련을 해야 하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수련한 만큼, 딱 그만큼 정도의 문제만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Friday, January 9, 2026

반복의 끝은 없는가

빌 하이벨스, 라비 자카라이어스, 필립 얀시, 박영선… 그래도 복음주의권에서 나름 유명했던 사람들인데 다들 마지막이 좋지 못했다. 복음의 능력이라... 어떤 사람은 교계에서 명예와 권력, 부를 누린 사람들에게서 복음의 능력을 찾지 말고, 소외되고 가난하고 약한 자들에게서 복음의 능력을 찾으라 하는데, 실은 그 낮은 이들에게서도 복음의 능력이 발현되지 않을 때가 많다. 

하나님의 말씀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말씀을 듣고 말씀을 알기만 한다고 해서 인격의 성숙이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끊임없는 자기비평 속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의 존재에 무감각하지 않으면서 말씀의 길을 몸으로 따라갈 때에만 어렴풋이 구원의 지평에 다다를 수 있는 법이다.  

"할 줄 아는 건 설교밖에 없다"는 그 생각이 패착이다. 기도밖에 없다, 말씀밖에 없다, 예배밖에 없다… 아니다. 그 밖에도 많다. 말(씀)로만 세상을 구원할 수 있었다면, 말(씀)이 육신(몸)이 되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으며, 십자가가 무슨 필요이며, 새로운 몸을 상징하는 부활이 또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변화된 몸이 되지 못한 말을 어디에 갖다 쓰겠는가…

기득권 교회의 허방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여전히 그곳으로 사람들은 몰려가고, 잊고, 덮고...

Wednesday, January 7, 2026

아들의 마음으로 봐주기

한국으로 치면 내 아들은 올해 고1이 된다. 지금 여름방학 중인데 내일이면 혼자 비행기를 타고,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동생(여자)의 집에 놀러 가서 장장 2주라는 시간을 보내고 올 예정이다. 그 부모와 우리는 14년 동안 알고 지냈다. 처음 2년 정도는 같은 도시에서 살다가 그 후에 꽤 먼 지역으로 서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후로도 일 년에 한 두 차례는 서로의 집에 놀러 가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니까 한 살 차이의 이 아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오누이처럼 지낸 셈이다. 

물론 지금은 순수한 오누이 관계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내 아들이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생애 처음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이런 수고를 감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끄러움도 많고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아이가 혼자서 비행기를 타겠다는 용기를 낸 것은 순전히 연애 감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학교에서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고 친구들 중에 여자애들도 많은 상황 속에서도 아들에게 그 아이가 여전히 1 순위인 걸 보면 우리 집안 남자의 피가 내 아들에게도 흐르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내 아버지는 젊었을 때 연예계 생활을 하시면서 여자들의 유혹도 많이 받으셨지만 어릴 때 시골 고향에서 함께 자랐던 어머니에 대한 일편단심을 저버리지 않고 어머니와 결혼을 하셔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계시고, 나 역시 대학교 후배로 만났던 내 아내와 결혼하기 위하여 서울에서 지방으로 회사를 옮기기까지 하면서 그 사랑에 충실하였고 여전히 아내와 변함없는 사랑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내 아들의 경우도 물론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예상컨대 자기가 먼저 마음을 바꿔서 다른 여자를 사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 주변의 수많은 여자아이들을 제쳐두고 지금까지 꾸준히 그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벌써부터 그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둘의 관계에 대해 부모로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여태껏 그래 왔듯이 아들의 마음을 소중하게 여겨 주기로 했다. 그 설레는 마음을 이해해주고, 같이 좋아해 주고, 비행기 표를 같이 예매하고, 2 주간 보낼 가방을 같이 싸고, 그 집에 있을 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게 좋을지 아이가 물어보면 그에 대해 같이 얘기해 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다고 다들 친해지는 건 아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꾸준히 연락을 하며 지낸다면 둘 사이에 어떤 인력이 작용하는 게 분명하다. 대학교도 같은 곳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던데, 앞으로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이 시간은 그 둘 모두에게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서로 존중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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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아이를 공항에 태워다 주고 왔다. 혼자 비행기를 타야 하는 터라 꽤 긴장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고 머릿속으로 온갖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비행기가 무사히 이륙하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왔는데 기분이 아주 홀가분하지는 않았다. 뭔가 허전하고 좀 슬프기도 한 기분이었다. 나도 처음으로 아이 혼자 멀리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학교 캠프에 보낼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몇 년 후면 대학교에 간다고 집을 떠날 텐데 그 전에 이런 연습을 해 두는 게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