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치면 내 아들은 올해 고1이 된다. 지금 여름방학 중인데 내일이면 혼자 비행기를 타고,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동생(여자)의 집에 놀러 가서 장장 2주라는 시간을 보내고 올 예정이다. 그 부모와 우리는 14년 동안 알고 지냈다. 처음 2년 정도는 같은 도시에서 살다가 그 후에 꽤 먼 지역으로 서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후로도 일 년에 한 두 차례는 서로의 집에 놀러 가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니까 한 살 차이의 이 아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오누이처럼 지낸 셈이다.
물론 지금은 순수한 오누이 관계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내 아들이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생애 처음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이런 수고를 감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끄러움도 많고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아이가 혼자서 비행기를 타겠다는 용기를 낸 것은 순전히 연애 감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학교에서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고 친구들 중에 여자애들도 많은 상황 속에서도 아들에게 그 아이가 여전히 1 순위인 걸 보면 우리 집안 남자의 피가 내 아들에게도 흐르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내 아버지는 젊었을 때 연예계 생활을 하시면서 여자들의 유혹도 많이 받으셨지만 어릴 때 시골 고향에서 함께 자랐던 어머니에 대한 일편단심을 저버리지 않고 어머니와 결혼을 하셔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계시고, 나 역시 대학교 후배로 만났던 내 아내와 결혼하기 위하여 서울에서 지방으로 회사를 옮기기까지 하면서 그 사랑에 충실하였고 여전히 아내와 변함없는 사랑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내 아들의 경우도 물론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예상컨대 자기가 먼저 마음을 바꿔서 다른 여자를 사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 주변의 수많은 여자아이들을 제쳐두고 지금까지 꾸준히 그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벌써부터 그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둘의 관계에 대해 부모로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여태껏 그래 왔듯이 아들의 마음을 소중하게 여겨 주기로 했다. 그 설레는 마음을 이해해주고, 같이 좋아해 주고, 비행기 표를 같이 예매하고, 2 주간 보낼 가방을 같이 싸고, 그 집에 있을 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게 좋을지 아이가 물어보면 그에 대해 같이 얘기해 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다고 다들 친해지는 건 아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꾸준히 연락을 하며 지낸다면 둘 사이에 어떤 인력이 작용하는 게 분명하다. 대학교도 같은 곳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던데, 앞으로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이 시간은 그 둘 모두에게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서로 존중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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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아이를 공항에 태워다 주고 왔다. 혼자 비행기를 타야 하는 터라 꽤 긴장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고 머릿속으로 온갖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비행기가 무사히 이륙하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왔는데 기분이 아주 홀가분하지는 않았다. 뭔가 허전하고 좀 슬프기도 한 기분이었다. 나도 처음으로 아이 혼자 멀리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학교 캠프에 보낼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몇 년 후면 대학교에 간다고 집을 떠날 텐데 그 전에 이런 연습을 해 두는 게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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