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8, 2026

무가치함

기독교 신앙에서 인간 존재의 무가치함이라는 말은 설 자리가 없는 말이다. 창세기에서부터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유일한 존재이자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신앙을 가진 사람이 자기의 존재를 무가치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만약 자기가 무가치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아마도 자신이 기능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여겨질 때라거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일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서 성취를 이루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도 자기를 무시할 때 내 존재가 무가치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말 그대로 착각이다. 아무리 그런 생각이 든다 할지라도 내 존재가 무가치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기능과 용도는 가변적이다. 적합한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장자 철학 중에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말이 있다. 쉽게 얘기하면 쓸모없어 보이는 나무는 목재로 쓰이지 않지만 오래 살아남아 큰 그늘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기능적 가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동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고 해서, 어떤 상황에서 내 기능이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나라는 존재가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존재의 가치는 어떻게 드러날까? 사랑을 통해서이다. 부모에게 아이는 기능이 아니라 그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다. 부모는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서로의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기독 공동체에서도 사랑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랑 안에서만이 더 약하게 보이는 몸의 지체까지도 도리어 요긴하게(고전 12:22)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사랑의 관계 안에 있지 않더라도 신앙인은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할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근본적인 진리 안에서 자기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되면 더 이상 기능적 가치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조건과 상황이 맞으면 기능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크리스천은 자기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또렷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Thursday, April 16, 2026

남섬 여행

한국에서 방문한 처형과 함께 남섬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몇 년 전에 동생이 우리 집에 같이 살았을 때 다녀온 이후 두 번째 방문이었다. 이번에도 거의 비슷한 코스였는데, 비행기로 퀸스타운에 도착해서 차를 빌려 바로 테아나우로 가서 1박하고 다음날 밀포드 사운드를 보고 퀸스타운으로 돌아와서 거기에서 3박을 하면서 퀸스타운, 애로우타운, 와나카, 푸카키 호수, 테카포 호수 정도를 돌아보는 코스였다. 

이번에는 지난번 방문했을 때보다 10일 정도 빠른 일정이었기 때문에 단풍이 아직 절정에 이르지 못해서 가을 단풍이 주는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구름이 많이 끼는 바람에 우리가 봤던 모든 호수들에서 그 아름다운 맑고 푸른 물이나 에메랄드 빛의 물을 보질 못했다. 호수는 하늘빛을 담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밀포드 사운드 방문 시 비가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밀포드 사운드와 거기까지 가는 길은 비가 오지 않아도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장관은 비가 올 때 생겨나는 수백 개의 거대한 폭포이다. 지난번 방문 때는 오전에 비가 오고 오후에 비가 개어서 비 올 때의 밀포드 사운드와 맑을 때의 밀포드 사운드 두 버전을 다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 우리야 괜찮았지만 그 아름다운 장관을 처형이 보질 못해서 아쉬웠다. 

퀸스타운은 역시 사람들로 북적여서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와나카가 훨씬 좋긴 하지만 그래도 퀸스타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아름다움이 따로 있긴 하다. 특히 더 리마커블스는 언제 봐도 웅장하고 멋진 산이다. 그 산이 그곳에 없었다면 퀸스타운이 아마도 이렇게까지 유명해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내일부터 일을 시작하고 다음 주부터는 아이 학교도 개학한다. 인근 교회에서 당분간 설교를 좀 해 달라고 해서 그 일도 하고 있고. 좀 바쁘긴 한데 이 정도면 괜찮다. 곧 추워질 텐데 아프지 않고 겨울을 넘기기만 하면 좋을 것 같다. 전쟁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고.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