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30, 2021

급성 요통 3

원래 내가 일하는 날이 월, 금, 토요일이다. 지난 월요일 밤에 출근해서 일을 하다 허리 통증을 느꼈고 수퍼바이저와 함께  Incident report를 작성하고 일찍 퇴근을 했다. 화, 수, 목 계속 통증이 있어서 집에서 쉬었고, 금요일 밤에 출근을 했다가 일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다시 10분만에 퇴근을 했다. 어차피 병가가 7개 남아 있기 때문에 그걸 쓰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내가 다친 곳이 직장이었기 때문에 ACC(Accident Compensation Corporation) 라는 정부기관을 통해 한국으로 따지면 산재처리라는 걸 해야했다. 점장이 자꾸 light duty(원래 하던 일보다 쉬운 일을 하는 것)를 언급하길래, 며칠 집에서 쉬면 괜찮아질텐데 왜 나와서 일하라고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ACC 때문에 그런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점장이 의사를 보고 오라고 해서 주말동안 쉬면 괜찮아질거라고 했더니, 산재 보고를 했기 때문에 의사의 소견을 받아보고 몸이 어떤 상태인지 확실히 알아봐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 서류 양식을 의사에게 갖다주라고 해서 그게 뭔가 봤더니, 내 몸 상태로 어떤 종류의 일을 할 수 있는지 의사가 진단 후 체크해 주는 양식이었다. 점장은 다시 light duty를 하기를 강조했고 나는 알겠다고 하고 의사를 만나러 갔다.

의사의 진단명은 Sacroiliac ligament sprain이었다. 한국어로는 천장관절 인대 염좌쯤 될까? 엉덩이뼈 쪽 인대가 손상되어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내 생각과 달리 단순한 근육통증은 아니었던 거고 왜 그렇게 심하게 아팠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의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앉아서 손으로 할 수 있는 일 뿐이라 했고 일주일간 쉬라는 내용의 진단서를 작성해 주었다. 

회사에 다시 진단서를 가져다 주고 집으로 와서 ACC 규정들을 살펴보니 ACC는 Light duty를 권장하고 있었다. 노동자가 출근해서 가벼운 일이라도 하면 자기들이 돈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Light duty를 권장하는 걸까? 노동자가 몸이 아파서 쉬기를 원할 때, 사업주는 노동자의 말을 듣고 쉬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ACC의 권고 대로 Light duty를 권해야 할까? 

얼마전에 나와 같이 일하던 젊은 친구가 허리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던 적이 있었는데, 나와 비슷한 증상에 나보다 더 심한 통증이 있었던 것 같았다. 며칠 후에 그 친구가 휠체어를 타고 일을 하고 있길래 집에서 쉬지 뭐하러 나왔냐고 했더니 회사에서 Light duty를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산재보험을 될 수 있는대로 안 쓸려고 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사실이라면 역시 한국이나 복지 선진국이라는 여기나 자본의 작동방식은 다르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그나마 여기는 노동자가 No 라고 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환경이라서 회사의 요구를 따르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아마 그 친구도 나와서 일하라는 회사의 요구에 No라고 했어도 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노조에 가입이 되어 있기도 하고 이 나라 자체가 시민들의 절반 정도가 노동당을 지지할 정도로 노동친화적인 곳이기도 해서 내가 그냥 쉬어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아직도 전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자본의 부당한 요구에 억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힘없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그런 처지에 놓이다보니 그들의 아픔이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찌기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쳤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들이 그렸던 이상세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영혼없는 자본의 힘을 제어하려면 노동자들이 힘을 모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로서로 힘을 모아 어려움을 감수하고 함께 저항하지 않으면 개개 노동자들은 속절없이 자본의 부당한 요구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의사의 권고를 따라서 이번 주까지 휴식을 취하고 주말에 복귀하려고 한다. 다시 점장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이번에는 단호하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Light duty는 할 수 없고 집에서 쉬겠다고...

Saturday, August 28, 2021

급성 요통 2

회사가 대기업이라서 그런지 회사에서 바로 물리치료사와 화상 진료를 예약해주었다. 락다운 기간이라 물리치료사를 직접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40분가량 진단도 받고, 스트레칭 방법도 배우고, 출근하면 일주일 정도 Facing(진열된 상품의 전면이 잘 보이도록 재진열해주는 일) 같은 가벼운 일만 하도록 처방도 받았다. 점장도 그렇게 하라고 해서 오늘 밤 9시에 출근을 했었다. 

출근을 했더니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그냥 집에서 쉬라고.. 그래도 된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는 무조건 나와서 가벼운 일이라도 하라고 한다지만 판단은 자기가 해서 쉬어야 할 것 같으면 병가를 내고 쉬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도 일손이라도 거들려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동료들은 내 걱정을 더 하는 거다. 같이 일하는 매니저도 점장이 일하라고 했어도 결정은 내가 하는 거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이 쉰다고도 했다. 나야 뭐 아직 허리 통증이 남아있으니 쉬면 더 좋을 것 같기에 병가를 내기로 하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면서 이곳 노동자들은 참 좋은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마트 노동자들에게도 이런 권리가 주어져야 할텐데.. 물론 한국도 법적으로나 문서상으로는 이런 권리가 주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 현장에서 이렇게 여기처럼 쉽고 부담없이 병가를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상관들은 물론이고 동료들 중에서도 불만을 내비치는 사람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웬만하면 일해야지 왜 쉬려고 하냐고.. 여기서는 웬만하면 쉬지 왜 일하려고 하냐고 하는데 말이다. 

Thursday, August 26, 2021

급성요통 1

일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그 덕에 집에서 며칠 쉬고 있다. 1년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똑같은 증상이 또 나타났다. 그 때도 허리를 바로 세우기 힘들어서 며칠 고생했었다. 이번에도 어제부터 오늘까지 침대에 거의 누워있기만 했는데 아직도 완전히 낫지 않았다. 이번 달에 평상시보다 일을 좀 많이 해서 허리에 피로가 쌓인걸까. 물건을 들고 나르고 진열하는 일을 하다보니 허리에 무리가 갔을 수도 있겠다. 나이 탓도 좀 있을거고.. 그래도 일년간 아프지 않고 일했는데 아프니 내 몸이 좀 안쓰럽게 느껴진다. 나와 함께 50여년을 함께 해온 몸. 내 몸이야 말로 나의 하나뿐인 전우 아닌가..

예수님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했을 정도로 사람에게 몸은 소중하다. 나는 내 몸을 사랑한다. 내 몸을 사랑하니 내 몸이 아플 때 내 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안쓰러운 것이다. 잘 돌봐주고 힘을 찾게 해서 다시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내 이웃은 나 없이 힘들게 일하고 있을 내 동료들이다. 한 사람이 빠지면 그만큼 힘들다. 물론 다른 사람이 커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늘 그 일을 하는 사람만큼 잘 하지는 못하니 몸이 회복되는 대로 얼른 가서 팀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일이 있어서 감사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아직까지 큰 문제없이 움직여주는 몸이 있어서 감사하다. 손발이 움직일 때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고, 즐겁게 살려고 한다. 나에게도 몸이 더 이상 움직여지지 않는 날이 올터이니 그때까지는 매일매일 즐겁고 감사하게 살아보자. 

Wednesday, August 18, 2021

두번째 락다운

어제 오클랜드에서 한 명의 코비드 확진자가 발생하자마자 어제 자정부터 전국적인 락다운이 전격적으로 실시되었다. 즉각적인 결정이었고 시민들은 별다른 저항없이 그 결정을 따랐다. 락다운 발표가 나고 몇시간만에 락다운이 시작되었는데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물론 슈퍼마켓에는 사람들이 몰렸지만 마켓 내 입장 인원 통제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큰 무질서는 없었다. 

어제 일하면서 보니 역시나 화장지가 가장 먼저 사라졌다. 사람들이 무조건 화장지부터 사는 것 같았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이 나라에는 비데가 설치되어있는 가정이 많지 않기 때문에 화장지 소비량이 한국보다 많은 것 같기도 하고, 화장지는 다른 대체제가 없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 다음에 매대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품목은 밀가루였다. 밀가루와 화장지.. 역시 먹고 배설하는 문제가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맞나 보다. 

오클랜드와 코로만델 지역은 7일간 락다운이고 나머지 지역은 3일간 락다운인데, 그 후에 연장이 될지 어쩔지 모르겠다. 오늘 벌써 네 명의 확진자가 추가되었다고 하니.. 델타 변이가 전염성이 그전 바이러스보다 훨씬 강하다고 하니 두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뉴질랜드는 이번에도 잘 방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락다운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강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국가에서 임금을 보전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일을 못해도 급여가 나오니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해도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하는 것 같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노동자에 비해 타격이 더 크긴 하겠지만 국가에서 어느정도는 손실 보전을 해주니 불만이 있긴 해도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은 것 같다. 해서 사람들은 며칠간 집에서 휴가를 보낸다. 나는 슈퍼마켓에서 일하다 보니 쉴 수가 없다. 슈퍼마켓은 필수 서비스 업체이기 때문이다. 남들은 쉬면서도 돈을 받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지역 사회에 봉사한다고 생각하면서 감사히 일하려 한다. 

Tuesday, August 10, 2021

게임 시간

아이와 게임 시간에 관한 언쟁이 있었다.

내 아이는 이번 달이면 만 11살이 되고 내년이면 중학교에 진학하는 남자 아이이다. 지금까지는 하루 한시간, 주말 2시간의 게임시간을 지켜왔는데,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른 것 같았다. 여태껏 지속적으로 게임 시간을 늘려줄 것을 나에게 요청해왔고 나는 계속 거부해 왔는데, 이번에는 내가 더 이상 거부하기가 어려워졌다. 내 거부에 이유없이 응하지 않을만큼 아이가 많이 큰 것이다.

왜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면 안 좋은지에 관한 내 설명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자기 친구들은 다 원하는대로 시간 구애없이 게임을 하기 때문에 자기도 그렇게 할 거라는 주장을 펼쳤다. 자기가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중, 고등학교에 가면 공부를 더 많이 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자유롭게 하고 싶은대로 게임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이의 열정적인 말을 들으면서 두가지 생각을 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해"라고 하면서 내 주장을 밀고 나갈까 아니면 아이의 말을 들어줄까..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아이가 나에 대한 인신공격성 불평을 하기 시작하는 걸 보고 '아 이 녀석이 정말 화가 많이 나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내가 윽박지르며 대화를 끝내면 관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대로 일단 일주일간 무제한으로 게임을 하라고 했다. 대신 학교 숙제나 집에서 할일은 동일하게 하라고 했다. 아이는 그렇게 하겠다며 일주일 후에 알아서 시간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나는 아이를 자율적으로 키우고 싶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최대한 아이에게 자율권을 주며 키워왔다. 이제 게임에 관한 자율권도 아이에게 줘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좀 빠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가 부자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일이 계획대로 안된다 하더라도 바로 잡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율법을 지키는 것보다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가 더 소중하고 그 사랑의 관계 속에 머물러야 하나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게 되듯이 아이와 나 사이에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내가 정한 규칙을 따르는 것보다 나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라 믿는다. 

나와 내 아버지와의 관계는 친밀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셨지만 나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지는 못하셨다. 나는 내가 내 아버지와 가졌던 서먹한 관계가 나와 아들 사이에 형성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나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사랑할 것이고 최선을 다해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것이다.

Thursday, August 5, 2021

즐거움

사람들은 참 다양한 분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K는 일주일에 한번쯤은 나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분이다. 이 분은 뭔가를 사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뭔가를 사고 나면 곧 바로 그 다음에 살 것을 찾는다. 끊임이 없다. 집이든 차든 뭐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즐거워 보인다.   

나는 뭘 사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지는 못한다. 그냥 필요하면 사는 편이다. 기독교 신앙이 체화되면서 점점 소유를 늘리는 것에 흥미를 잃어왔던 것 같다. 예전에는 책을 읽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꼈지만 요즘은 독서에서도 그렇게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냥 밤에 물건 진열하면서 오디오북을 듣거나 심심할 때 책을 떠들어 볼 뿐이다. 

나는 요즘 아내가 일하는 병원 앞 맥도날드에서 잠깐 아내와 점심 데이트를 하거나, 매일 학교로 아이를 데리러 가거나, 하릴없이 어정버정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교회 일에도 흥미가 떨어졌고 설교하는 일에도 재미가 사라졌다. 지금 하고 있는 임시 목사직이 어서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목사님이 결정되었으니 한두달만 더 하면 될 것 같다. 

밤에 마트에서 하는 일에서도 재미를 느낀다. 머리를 쓰지 않고 몸만 쓰면 되니 마음이 편하다. 몸을 움직이니 운동도 저절로 되고 뱃살도 빠지고 어머니에게 돈도 부쳐드릴 수 있어서 좋다. 살면서 가장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들은 이미 다 해봐서 더이상 해보고 싶은 일도 없고 뭘 더 가져보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아내와 함께 데이트하고 아들 크는 것 지켜보고 산책하고 정원가꾸고 하는 일들이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것들이다. 

지금의 나를 보면 먼 길을 걸어 다시 소박한 삶의 자리로 돌아온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즐겁게 살다가 조용히 땅으로, 하늘로 돌아가고 싶다.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