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5, 2021

즐거움

사람들은 참 다양한 분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K는 일주일에 한번쯤은 나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분이다. 이 분은 뭔가를 사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뭔가를 사고 나면 곧 바로 그 다음에 살 것을 찾는다. 끊임이 없다. 집이든 차든 뭐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즐거워 보인다.   

나는 뭘 사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지는 못한다. 그냥 필요하면 사는 편이다. 기독교 신앙이 체화되면서 점점 소유를 늘리는 것에 흥미를 잃어왔던 것 같다. 예전에는 책을 읽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꼈지만 요즘은 독서에서도 그렇게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냥 밤에 물건 진열하면서 오디오북을 듣거나 심심할 때 책을 떠들어 볼 뿐이다. 

나는 요즘 아내가 일하는 병원 앞 맥도날드에서 잠깐 아내와 점심 데이트를 하거나, 매일 학교로 아이를 데리러 가거나, 하릴없이 어정버정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교회 일에도 흥미가 떨어졌고 설교하는 일에도 재미가 사라졌다. 지금 하고 있는 임시 목사직이 어서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목사님이 결정되었으니 한두달만 더 하면 될 것 같다. 

밤에 마트에서 하는 일에서도 재미를 느낀다. 머리를 쓰지 않고 몸만 쓰면 되니 마음이 편하다. 몸을 움직이니 운동도 저절로 되고 뱃살도 빠지고 어머니에게 돈도 부쳐드릴 수 있어서 좋다. 살면서 가장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들은 이미 다 해봐서 더이상 해보고 싶은 일도 없고 뭘 더 가져보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아내와 함께 데이트하고 아들 크는 것 지켜보고 산책하고 정원가꾸고 하는 일들이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것들이다. 

지금의 나를 보면 먼 길을 걸어 다시 소박한 삶의 자리로 돌아온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즐겁게 살다가 조용히 땅으로, 하늘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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