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게임 시간에 관한 언쟁이 있었다.
내 아이는 이번 달이면 만 11살이 되고 내년이면 중학교에 진학하는 남자 아이이다. 지금까지는 하루 한시간, 주말 2시간의 게임시간을 지켜왔는데,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른 것 같았다. 여태껏 지속적으로 게임 시간을 늘려줄 것을 나에게 요청해왔고 나는 계속 거부해 왔는데, 이번에는 내가 더 이상 거부하기가 어려워졌다. 내 거부에 이유없이 응하지 않을만큼 아이가 많이 큰 것이다.
왜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면 안 좋은지에 관한 내 설명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자기 친구들은 다 원하는대로 시간 구애없이 게임을 하기 때문에 자기도 그렇게 할 거라는 주장을 펼쳤다. 자기가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중, 고등학교에 가면 공부를 더 많이 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자유롭게 하고 싶은대로 게임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이의 열정적인 말을 들으면서 두가지 생각을 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해"라고 하면서 내 주장을 밀고 나갈까 아니면 아이의 말을 들어줄까..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아이가 나에 대한 인신공격성 불평을 하기 시작하는 걸 보고 '아 이 녀석이 정말 화가 많이 나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내가 윽박지르며 대화를 끝내면 관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대로 일단 일주일간 무제한으로 게임을 하라고 했다. 대신 학교 숙제나 집에서 할일은 동일하게 하라고 했다. 아이는 그렇게 하겠다며 일주일 후에 알아서 시간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나는 아이를 자율적으로 키우고 싶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최대한 아이에게 자율권을 주며 키워왔다. 이제 게임에 관한 자율권도 아이에게 줘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좀 빠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가 부자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일이 계획대로 안된다 하더라도 바로 잡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율법을 지키는 것보다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가 더 소중하고 그 사랑의 관계 속에 머물러야 하나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게 되듯이 아이와 나 사이에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내가 정한 규칙을 따르는 것보다 나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라 믿는다.
나와 내 아버지와의 관계는 친밀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셨지만 나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지는 못하셨다. 나는 내가 내 아버지와 가졌던 서먹한 관계가 나와 아들 사이에 형성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나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사랑할 것이고 최선을 다해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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