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12, 2022

마트 노동자

마트에서 정규직 노동자로 일주일에 3일씩 일한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이 나라 슈퍼마켓 업계에 두 개의 대기업이 있는데 나는 그 중의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호주회사인데 상대 회사와는 달리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회사 조직도에 CEO부터 말단직원인 내 이름까지 올라가 있다. 같이 일하는 20대 직원들 중 그 사다리를 올라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텐데 다들 그러고 싶지는 않아한다. 내 입장에서 보면 젊은 나이에 그냥 말단 직원으로만 있는게 안타까워보이는데 문화적 차이인지, 세대 차이인지 그 아이들은 그냥 그 정도로 일하면서 스트레스 없이 사는 생활에 만족해 보인다. 나야 이제 나이도 있고 이 쪽 일이 내 커리어도 아닌지라 매니저 자리를 계속 고사하고 있지만 젊은 애들은 왜 위쪽으로 올라가려하지 않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우리 회사 채용 공고가 뜬 걸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약 400개 정도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다들 원서를 냈는데 연락도 없고, 왜 일하고 싶은데 뽑아주지 않냐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이미 여기서 일하고 있는 지라 잘 모르고 있었는데 우리 회사 마트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하긴 2, 30 년 이상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 걸 보면 그렇게 나쁜 일자리는 아닌 것 같긴하다. 쇼핑할 때 직원 할인도 해주고 이런 저런 복지 혜택도 있고 실내에서 정해진 시간만 딱 일하면 되니 그냥 돈 욕심 없는 사람들이 일하기는 괜찮은 일자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입장에서는 좋은 직장이 맞다. 우선 정규직이지만 주 3일만 일하고 있고, 밤에 일하니 낮에 아이 픽업도 할 수 있고, 몸을 움직이는 일이니 운동도 되고, 머리를 쓰는 일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없고, 주로 영업 종료 후에 일하니 고객들 상대할 일도 없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이나 오디오 북을 들으면서 일할 수 있고, 실내에서 일하니 춥지도 덥지도 않게 일할 수 있고, 휴가나 병가 쓰는 것도 어렵지 않고, 노조가 있어서 임금 협상도 알아서 해주고.. 가끔 이제 다른 일이나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내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 시골에서 이보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국의 마트 노동자들은 요즘 노동 환경이 어떤지 모르겠다. 예전보다는 좋아졌겠지만 좀 더 좋아져서 이 나라처럼 1 년에 최소 4 주씩은 무조건 휴가를 쓰고, 아무리 바빠도 철저하게 휴식 시간을 지키고, 병가도 전화 한통으로 편하게 낼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라본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