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9월, 처음 이 나라에 왔다. 갓 돌이 지난 아이를 안고 이민 가방 두 개를 끌고 공항문을 나섰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이 나라에서 감사하게도 키위 교회 사람들의 도움으로 좋은 렌트 집과 오래된 자동차를 저렴한 값에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일자리가 쉽게 구해지지 않아서 맘고생을 좀 했었다. 11월이 다 지나도록 일을 얻지 못하자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통장의 잔고가 거의 말라가고 있었던 즈음, 아마도 12월 크리스마스 쯤에 청소 일자리를 구했던 걸로 기억한다.
10 년이 지난 지금, 그 때에 비하면 참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집도 있고, 차도 두 대나 있고, 직장도 있고, 아이도 잘 크고 있고.. 물론 집도 차도 이 나라 기준으로 중간 이하의 수준이지만 그 정도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이 정도 정착하고 살아가면 됐다고 생각한다. 10 년이 더 지나서 2031년이 되어도 우리 삶의 수준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거다. 그 때 쯤이면 90 살이 되어있을 이 고택을 잘 돌보며 느리고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10 년 후면 아이도 독립해서 제 힘으로 살아가고 있을 터이니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도 자유로워 질테고.. 건강만 나빠지지 않는다면 아내와 함께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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