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1년간 같이 살게된 동생이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동생은 교대를 나왔는데, 대학때는 영어 공부를 안했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영어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영어에 손놓고 있다가 이번에 이 나라에서 1년간 살기로 하면서 오랜만에 영어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모든 걸 나에게 일임하고 살면 영어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 학교 선생님도 만나야 하고, 교회에 가면 다 영어하는 사람들 뿐이고, 물건을 사러 가거나 커피를 마시러 갈 때도 영어를 해야 하니 영어를 하지 않으면 본인이 불편한 상황이라 어쩌겠는가..
하여 나도 틈틈히 동생이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데, 동생에게 해주는 조언을 정리해보면 대략 이렇다.
1. 한국말을 영어로 직역해서 쓰려고 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원어민들은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듣고 그대로 따라해라. 영어는 우리의 말이 아니고 그들의 말이다. 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따라서 나오는 말이지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사고방식을 통해서 나오는 말이 아니다. 먼저는 그들의 말을 듣고 따라하는 것이 먼저다. 사실 한국말을 할 때 우리도 다들 비슷한 방식으로 말한다. '물 마실래?' 라고 하지 '물 원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문법적으로는 둘 다 맞아도 한국 사람들은 아무도 물 원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극장으로 영화 보러 갈 때 go see a movie 라고 하지 아무도 go watch a movie 라고 하지 않는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잘 듣고 따라하는 것이다. 말할려고 하지 말고 먼저 들어야 한다.
2. 들을려고 해도 안들리는 데 어떻게 들을 수 있나? 당연히 안들린다. 소리를 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로 말을 할 때 내는 모든 소리가 한국말과 다르다. 그 소리에 익숙해져야 한다. 원어민들은 read를 '리드'라고 말하지 않는다. park를 '파크'라고 말하지 않는다. 문장도 또박또박 말하지 않는다. 입말은 글말과 다르다. 압축하고 연결하고 지우고 강세를 두면서 말한다.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머리 속에 입력했었던 모든 한국식 영어 소리를 다 지우고 새로 배워야 한다. 글자를 지우고 소리를 듣고 따라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소리의 차이를 더 빠르게 분별하고 어떤 사람들은 좀 느리다. 계속 들어서 어떤 식으로 소리를 내는지 구별하고 따라할 수 있어야 한다.
3. 영어식으로 생각하라. 영어는 개체에 집중한다. 가령 집주소를 말할 때 여기에서는 번지, 도로명, 도시, 도 순으로 말한다. 집이라는 개체 우선이다. 한국은 그 반대다. 도, 도시, 도로명, 번지 순으로 말한다. 영어에서는 개체 즉 주어에 집중하고 주어의 동작을 우선적으로 말한다. 모든 개체가 주어가 될 수 있다. '책상에 컵이 있다'고 말하지 않고 '컵이 책상 위에 있다'고 말한다. A cup is on the table. 영어를 말하는 사람이나 한국어를 말하는 사람이나 똑같은 현상을 본다. 그런데 그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말을 할 때는 말이 다르게 나온다. 사고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식 사고는 개체 중심이다. 개체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간다. 학교에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고 있고 그 앞에 학교가 있다. I am going to school 인 것이다. 머리 속에 말하고 싶은 상황을 영상으로 떠올리고 주어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4. 발음은 중요하다. 쉬운 단어를 말했는데도 이곳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발음이 성우처럼 완벽해야 된다는 말이 아니라 이곳 사람들이 편하게 알아들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억양은 있어도 된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 억양이 있다. 괜찮다. 그런데 원어민들이 알아들을 정도로는 말을 해줘야 한다. 내 목소리를 녹음을 해서 들어보고 최대한 비슷하게 원어민 발음을 따라하려고 노력해야한다. 모음과 자음, 강세, 연음을 잘 듣고 따라해야 하고, 발성도 조금은 바꿔줘야 한다. 내가 영어로 말을 할 수 있어도 내가 하는 말의 소리를 원어민들이 못 알아듣는다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짧은 말부터 하나씩 이곳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발음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5. 브로큰 잉글리쉬부터 해야 한다. 문장을 문법에 맞게 만들어서 말하려고 하면 대화를 할 수 없다. 대화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 대화하기 편했던 상대는 짧은 한국말을 계속 던지는 사람이었다. "밥 먹었어. 어제. 맛있었어. 친구랑 갔어. 김치찌개. 또 먹고 싶어."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과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함께 있으면 말 없이 가만히 있는 사람이나 말을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서 하려고 하는 사람과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기가 힘들었다. 짧은 영어를 계속 이어서 말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서 하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복잡한 문장도 말할 수 있게 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외에도 많지만...
한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동생이 쉬운 영어도 편하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일 년 동안 최대한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워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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