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y 7, 2020

늙은 고양이와 만나다

쓰레기 수거하는 날 아침,
집 앞에 쓰레기를 내어놓고 들어오는 길에
우리집 뒷마당을 가로질러 가던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가까이 다가가니 나를 피해 반대편으로 움직이는데 그 모양새가 재빠르지 않다.
뒤로 좀더 붙어서 살펴보니 다리도 좀 저는 것 같고 털도 매끈하지 않은 것이
꽤 고단한 삶을 살아온 고양이 같았다.
불편한 걸음으로 움직이다 잠시 망설이더니
우리 집 뒤편에 장작을 보관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장작더미 옆으로 나무 펜스가 쳐져있지만
고양이들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높이였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그 펜스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었다.
울타리 아래서 웅크리며 도약하는 자세는 취했지만
막상 앞발을 들고 뒷다리에 힘이 실리자 맥없이 기우뚱할 뿐
위로 사뿐히 뛰어 오르지를 못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이빨을 내보이며 위협적인 소리를 내었지만
그 소리조차 목구멍에 꽉막혀 잘빠지지 않는 날숨 소리에 가까웠다.
나는 더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 녀석의 행동을 한동안 무겁게 지켜보았다.
그 고양이는 여러번 점프를 시도했다.
점프를 하기 전에 하는 준비동작까지는 여느 고양이와 다를 바가 없었으나
그 이후에는 위로 뛰어 오르지를 못하고 옆으로 비틀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길 몇번 하다 옆에 쌓여있는 장작더미를 보더니 몸을 돌려
튀어나온 장작가지를 발판 삼아 한발 한발 더듬거리며 올라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서글픈 생각이 들어
먹을 거라도 좀 갖다줄까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보니
그 고양이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낙엽 실린 바람이 차가운 데
어디 몸을 뉘일 곳은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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