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에 일을 하고 화요일 새벽에 집에 오면 오전 5시가 조금 넘는다. 씻고 침대에 누우면 5시 반이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와서 다시 자고 12시나 1시쯤 일어나 점심을 먹는다. 좀 쉬다가 3시까지 학교에 가서 아이를 픽업한다. 이게 밤일을 시작한 후 지난 일 년간 화요일의 내 패턴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온 후에 곧바로 잠을 자지 못하고 11시쯤에 잠을 자게 되었다. 정신없이 잠을 자다가 갑자기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3시 2분이었다!! 아이 픽업 시간을 놓친 것이다. 부랴부랴 모자를 눌러 쓰고 문을 박차고 나가서 급하게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학교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약간의 트래픽이 있어서 3시 20분쯤에나 학교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아이가 친한 친구와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가 3살 때부터 등하원, 등하교를 시켰으니 8년 동안 이 일을 한 셈인데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아이도 상당히 당황한 눈치였다. 오면서 차 안에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친구랑 무슨 얘기를 하며 기다렸냐고 물어보았다.
아빠가 왜 안 왔는지 그 이유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런데 그 둘의 내용이 사뭇 달랐다. 내 아이는 내가 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빠가 트래픽에 걸렸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는데, 내 아이의 친구는 내가 다쳤거나 아니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기보다 친구가 긴장을 하면서 계속 물병의 물을 홀짝거리고 있었다고 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도 내 아이가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두 아이 사이의 이러한 자연적 반응의 차이는 그때까지 이 아이들이 가졌던 모든 경험의 총합에 근거를 두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낙관이 기본값이 될지 비관이 기본값이 될지 아직 모르겠지만 되도록 낙관을 기본으로 하고 상황에 따라 비관을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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