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5, 2021

하나님의 말씀에 어떤 힘이 있는가

N은 이 나라에 와서 처음으로 유의미한 대화를 나눴던 목사이자 지금까지 내가 계속 만남을 유지해 오고 있는 유일한 키위 목사이다. 그는 내가 웰링턴에 잠시 살았던 기간 동안 몸담았던 교회의 담임 목사였고, 내가 그 교회에서 한인 목회를 시작할지의 여부를 타진할 때 기꺼이 도움을 주고자 했던 친구였다. 나이도 나와 비슷하고, 젊었을 때 1년간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던 경험도 있었기에 더 친밀감을 느꼈었다. 그 후에 내가 이 도시에서 목회를 시작하고 나서도 만남이 계속 이어졌는데, 놀랍게도 그 친구의 처가가 이 도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년 한 두차례 그 친구가 가족들과 함께 처가를 방문할 때마다 서로 만나서 그간의 회포를 풀곤하였다. 

이번에도 아이들 방학을 맞이하여 그 친구 가족들이 모두 이 도시를 찾았고 오늘 N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자연스럽게 요즘 내가 갖고 있는 물음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하나님의 말씀이 과연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가'에 관한 생각을 꾸준히 하게 되었다. 이런 질문은 젊었을 때는 하지 않았던 질문인데, 여러해 동안 교회의 안과 밖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갖게된 질문이었다. 

교회에서, 교인들에게서, 목회자들에게서 말씀과 삶의 심각한 불일치를 경험하고, 이러한 불일치가 어제 오늘만의 문제이거나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 역사 속에서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반복되어 왔었던 문제임을 보면서, 나는 과연 하나님의 말씀에 어떤 힘이 있는가를 묻게 되었다. 성도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믿고, 예수를 따른다고 하는데도, 대개의 경우 그들의 세계관은 변하지 않았고, 가치관의 변화도 없었으며, 당연히 삶의 변화도 없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평생 공부하고 예수님과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고 있다고 얘기하는 이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통계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참으로 많은 교우들이 매주 설교를 들으면서도 예수님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하나님의 말씀의 육화이신 예수님, 그 분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고 그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애쓰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말씀은 2천년 동안 줄곧 선포되어 왔지만 교회는 타락의 길로 향했고, 매주 교회당에 와서 말씀을 듣는 수많은 사람들조차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지 않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교회는 급성장을 하다가 급하락을 하고 있다. 강단에서 말씀이 선포되고 있는데도 그렇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힘이 있다면... 그 힘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는 힘, 생명을 충만하게 하는 힘,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게 하는 힘, 회개와 용서와 사랑의 힘... 이런 힘들이 있다고 하는데, 왜 실제 크리스천들의 삶에서는 이런 능력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일까. 매일 말씀을 듣는 성도들마저, 주님의 말씀을 힘입어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의 길을 가려하기 보다는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먹고 사는 문제, 부를 늘리는 문제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본다. 

1세기에 예수님의 말씀은 당시 사람들에게 복음이었고 그들의 삶을 종교 권력에서 해방시키는 힘이었지만 지금 현시대의 사람들에게도 예수님의 말씀은 복음인가? 힘인가? 교회는 산위의 도시로서 세상과 다른 대안 공동체가 되어 있는가? 교회는 정말 빛인가? 말씀에 정말 힘이 있는가? 힘이 있다면 어떤 힘인가?

내가 이런 근원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데 비하여 N의 고민은 실천적인 고민이었다. 교회를 어떻게 유지해 나가며 어떤 사역들을 해야 하며 어떤 유익을 끼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이었다. 교회에서만 자란 N과 달리 나는 NGO 사역도 해보았고 일반 목회도 해보았고 사회 생활도 해보았기 때문에 더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요즘 나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 하고 있다. 이 물음은 사실 내 신앙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세상 그 누구보다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 분의 말씀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다. 이 물음에 관한 답을 찾든 못찾든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을 믿는 내 신앙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물음은 목회자로서의 나의 역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말씀을 전하는 사역을 앞으로도 해야할 지 말아야 할지, 목회자로서 교회를 어떤 식으로 섬겨야 할지, 어떤 교회를 만들어가야 할지에 관해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물음에 정직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다시 담임 목회를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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