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에는 재활용품 분리 수거장이 따로 있다. 플라스틱이나 종이, 병등을 재활용하고 싶으면 수거장에 직접 가지고 가서 분리 수거를 해야 한다. 나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그 곳에 가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그 곳에 갔는데 왠 낯익은 남성이 혼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걸 보았다. 우리 시의 시장이었다. 예전에 이 시장과 한인회가 주최한 어떤 행사에 참석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기에 초면은 아니었다. 물론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자연스레 시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그 자리에 있던 시민들도 시장이라고 특별하게 대하지도 않았고, 그 곳 직원들도 시장이 왔다고 따로 도와주지도 않았다. 시장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플라스틱 번호에 맞게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했다.
공직자들에게 별다른 권위의식이 없고 시민들도 평상시에는 공직자들을 특별하게 대하지 않는 것이 서양의 문화이다. 일전에 만났던 국회의원도 전혀 권위주의적이지 않았다. 그냥 당신도 나도 똑같은 사람이고 하는 일이 다를 뿐, 위 아래 개념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는다. 물론 직장에서는 어느 정도 수직적인 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겠지만, 그 곳에서도 인격적으로 부하 직원을 무시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상사에게 예의를 차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한국은 위계가 기본값이라면 서양은 평등이 기본값이다. 예전에는 서양에도 위계가 있었다. 왕도 있었고 노예도 있었다. 그러나 공화정이 들어서면서 신분이라는 위계가 사라졌다. 우리 나라도 물론 공화정이지만 왜 그런지 우리의 의식 속에는 아직도 어떤 위계가 자리 잡고 있는 듯 보인다. 아무리 서양에서 오래 살았다 해도 한국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이곳에 있는 한인 사회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이런 위계 문화에 접속하게 된다. 무시하기에도 불편하고 그대로 따르기에도 불편한데, 몸과 의식 속에 배어있는 문화라 어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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