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13, 2022

신앙의 세계

신앙은 물리의 세계가 아니라 심리의 세계에서 작동한다. 물리의 세계는 하나이지만 심리의 세계는 제각각이다. 기독교 신앙에서 물리적 예수라는 인물이 심리적 그리스도가 되어가는 과정이 있다. 신학에서는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라는 표현으로 쓰인다. 쉽게 이야기하면 물리적 예수는 세상의 모든 인간이 그렇듯 태어나고 죽었을 뿐이다. 그러나 신앙의 세계에서 예수는 그냥 태어나지 않았고 죽어 없어지지도 않는다. 물리의 세계에 없는 사실이 왜 신앙의 세계에는 있는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리의 세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강변의 아파트를 살 수 없고,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은 더욱 강화되고, 바이러스에, 전쟁에, 살기는 더욱 힘들어 지고, 아프고, 병들고, 죽고.. 비단 요즘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역사상 인간 사회는 늘 이러한 상황을 겪어왔고 그런 현실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늘 있어왔다. 신앙은 이러한 현실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심리적 치료제와 같다. 

메트릭스라는 영화에 잘 묘사되어 있듯이 인간의 신체는 정신의 안정이 없이는 오래 살지 못한다. 인간을 가두고 인간의 몸에 흐르는 전기를 빼내어 쓰던 기계들이 깨달은 것은 전기 추출 주머니에 갇힌 인간의 정신에 그 몸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잘 짜여진 서사를 부여해 주면 인간이 더 오래 살더라는 것이었다. 인간이 더 오래 살아야 더 오랫동안 전기를 뽑아낼 수 있기에 기계들은 인간의 뇌에 자극을 주어 삶의 서사를 부여해 주었다. 

신앙도 인간의 정신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준다. 그 세계가 없는 인간은 없다. 그 신앙이 종교적 신앙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자기의 정신에 하나의 또 다른 세계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물리적 세계의 실상에 100퍼센트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삶에 만족하더라도 주변 세계의 참상까지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다. 

종교적 신앙은 인간의 내면에 잘 짜여진 세계를 만들어 준다. 그 세계에서 위안을 받았던 사람들이 그 세계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약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믿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몸이 아플 때 약을 먹듯이, 아니면 몸이 아프지 않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약을 먹듯이, 그냥 약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어떤 사람은 혈압약을 먹고 어떤 사람은 갑상선약을 먹고 어떤 사람은 당뇨약을 먹듯이, 어떤 사람은 불교약을 먹고, 어떤 사람은 기독교약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될일이다. 

나는 기독교라는 약을 먹고 있다. 그게 나한테 맞기 때문이다. 물론 기독교라는 이 약도 다 똑같지는 않다. 물리적인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은 기독교라고 하지만 이 약도 제 각각이고 나 역시 하나님을 믿는 신앙의 세계 안에서 나에게 잘 맞는 약을 찾아서 만들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약이 나한테 잘 듣는다고 모든 사람에게 다 잘 듣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작게 보면 기독교, 크게 보면 모든 종교, 더 크게 보면 모든 신앙이 다 그렇다. 자기에게 맞는 신앙을 찾아서 잘 가꾸어 가면 된다. 약은 중요하다. 하지만 약은 약일 뿐 약이 내 삶의 전부도 아니고 이 세상의 전부도 아니다. 심리적 약과 물리적 현실을 혼동하지 않고 심리적 약으로 힘을 얻어서 물리적 세상을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종교가 아편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수가 아편을 팔지 않았고 싯달타가 아편을 판 것이 아닌데 종교가 제도화 되어 가면서 신도들에게 그 좋은 약을 아편화 시켜서 팔고 있는 것이다. 신도들이 정신을 차리면 좋겠는데 한번 중독되면 깨어나기가 여간 쉽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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