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이제 만으로 열네 살이 되었다. 한국에서라면 중 2의 나이이다. 그 나이 때의 나보다 키는 크지만 마른 것은 비슷하다. 내성적이고 부끄럼이 많은 것도 나와 비슷하다. 나와 다른 점도 있는데 예체능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스포츠도 안좋아하고 악기도 안좋아한다. 음치나 박치도 아니고 몸치도 아닌데 왜 예체능에 관심이 없는지.. 아이의 말에 의하면 주목받기 싫어서 그렇다는데 이런 점을 보면 내 아이가 나보다 더 내성적이다.
종교적인 면에서도 나와 다르다. 종교에 관심이 많았던 나와 달리 내 아이는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다. 종교적 체험이 없기 때문에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는데, 이성적으로 종교를 이해하려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그런데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는 아이가 어떻게 자기가 관심도 없는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겠는가.. 종교 아니고도 과학으로 세상의 대부분의 현상들이 설명 가능하고, 아직은 의미나 가치의 영역에 관한 깊이 있는 물음도 없기 때문에 지금 현재 상태에서 아이를 종교의 세계로 끌어 들이기는 쉽지 않게 여겨진다.
사실 나 스스로도 아이를 종교의 세계로 억지로 끌어 들이고 싶은 마음이 크지는 않다. 언젠가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때, 그 때 신앙을 가져도 된다. 신앙은 신비의 영역에 있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 인간의 마음대로 주입하고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신앙이라면 그것은 차라리 신념이겠지 신앙이겠는가.. 신앙의 대상은 하나님이고 하나님이 신비인 이상 그분과의 관계에서만 가능한 신앙도 신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여 나는 내 아이에게 내 신앙을 강요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나는 최선을 다해 내 아이가 예수님처럼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고 도울 것이다.
아이가 좀 더 자라서 인생의 고통과 슬픔도 경험하고, 인생의 의미도 묻게 되고, 무엇이 옳은 길인가를 고민하게 될 때 나와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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