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런데 많은 경우 상처를 받았다고 하는 그 말들의 발화 맥락을 들어보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의 감정이 격해져서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말에는 으르렁거림이 들어있을뿐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 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말에 담겨있는 사전적 의미는 흘려버리고 감정만 캐치하면 된다. '아, 저 사람이 지금 화가 많이 나있네' 이 정도만 생각하고 그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에는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그 말은 지금 화가 난 사람이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는 물체와 다름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는대로, 즉 머리 속에 잡히는 단어들을 그냥 막 입으로 내뱉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컵이든 그릇이든 나에게 날아오면 피할 것이다. 그걸 왜 맞고 있는가? 말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날아오는 말들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 말들은 나에게 꽂히게 된다. 그럴 이유가 있는가? 말에 의미를 부여할지 말지는 내가 정하는 것이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말들은 그저 소리에 불과해서 내 마음을 건드리지 못한다.
만약 똑같은 상황에서 나에게 말을 하는 사람이 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외국어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이 나에게 수많은 말을 퍼붓고 있지만 그 말은 나에게는 의미 없는 소리일 뿐이다. 그런데 말에서 의미가 사라진 상황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은 더 잘 읽힐 것이다. 말은 의미 없지만 그 사람의 감정은 잘 보일 것이다. 왜 저렇게 화가 나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그 사람이 한국말을 한다면? 그 '말' 때문에 화를 내게 된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나는 그렇게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나오는 말들을 들으면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이런 생각을 하기보다 '저 사람이 화가 많이 나있네. 왜 저렇게 화가 났지?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화나게 만들었지?' 이런 생각을 한다. 그 사람의 입에서 아무리 험하고 상스러운 말이 나와도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무엇이, 어떤 성장 과정이, 어떤 경험이, 어떤 상황이 저 사람의 심경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 눈에 보이는 그 사람의 정면이 아니라 후면을 보고 그가 걸어온 길을 보려 한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는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에게 같이 화를 내기 보다는 그가 불쌍해 보이고 그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기게 된다.
물론 의도적으로 남에게 해꼬지를 하기 위해 잘못된 말들을 지어내거나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말들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홧김에 내뱉는 말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보면 그런 말들을 아무 의미 없는 말로 치부하고 그 사람의 감정에 더 집중하는 대신 모든 말에 의미를 부여해서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화가 난 사람은 화를 발산하게 된다. 물이 끓으면 주전자도 뚜껑에서 소리를 낸다. 사람은 그냥 말을 막 하는 것이다. 그 때의 말들은 그저 의미 없는 소리로 여겨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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