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ugust 27, 2010

아빠가 되다

아내의 혈소판 수치가 4만 2천이었다.
15만에서 50만 정도가 정상 수치란다.
촉진제를 투여하고 진통이 심해졌을 때 여섯팩의 혈소판을 수혈했다.
수혈 후 혈액 검사 결과 혈소판 수치는 겨우 5만.
담당의사는 8만대로 올라갈걸로 예상했지만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수치였다.

다시 여섯팩을 더 수혈했다.
5만 2천.
혈소판 수치가 낮으면 무통 주사를 맞을 수 없단다.
무통 주사의 부작용 중 하나가 뇌출혈이기 때문이란다.
25시간 동안 아내는 무통 주사 없이 진통을 견뎌냈다.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이 심해지자 산소 마스크를 쓰기도 했지만
아내는 마지막 출산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25시간동안 진통을 참아낸 아내 옆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잠을 자지 않고 아내가 몸의 다른 부위에 힘을 주지 않도록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 뿐.
잠깐 한 눈을 팔면 아내는 침대 사이드 바를 움켜 쥐었다.
팔에 무리하게 힘을 쓰면 나중에 산후통증이 생길 수 있다.
진통이 올 때마다 아내의 팔과 손목의 힘을 풀어주었고,
자궁 외의 다른 부분의 긴장을 풀어 주려고 노력했다.

아이의 머리가 반쯤 삐져나왔다.
다음 번 진통이 오는 순간에
아내는 마지막 푸쉬를,
의사는 회음부 절개를,
레지던트는 아직 자궁 내부에 있는 아이의 엉덩이를 밀기로 했다.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 세 동작이 동시에 일어나야 했다.

마지막 진통의 순간
모두가 동시에 움직였고
순식간에 아이가 밖으로 나왔다.

아이가 나오면서 자궁 내벽을 긁었다.
자궁 내부에서 출혈이 생기면 위험하다.
담당의사는 수련의들과 바쁘게 손을 놀렸다.

나는 막 세상에 나와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아이와
그 아이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는 간호사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간호사가 나를 데리고 신생아실로 나갔다.
아내는 아이를 가슴에 올려놓아보고 싶어 했지만
내부출혈을 막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사가 제지했다.

신생아실 앞에서 아이를 들여보내기 전에
처음으로 아이를 가슴에 안아보았다.
묘한 느낌이었다.
이게 무슨 느낌이지..
다른 아이들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어떤 끌림이 느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이 나와 그 녀석 사이를 잇고 있는 듯 했다.

다시 분만실로 돌아왔다.
아내의 온 몸이 부어있었다.
전혈 3팩을 다시 수혈했다.
25시간 동안 혈소판 12팩과 전혈 3팩, 총 15팩을 수혈했다.

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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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