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7, 2012

베트남 동료

T는 나와 함께 청소일을 하고 있는 베트남 친구이다. 20대 후반인 T는 석사 과정 공부를 하고 있는 동갑내기 아내를 위해 뉴질랜드까지 따라와준 좋은 남편이기도 하다.

한국에 있을 때 만난 베트남 사람들 중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는데, T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다. 알고보니 그는 베트남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과학고를 나온 영재 출신이었다. 베트남 전국 물리학 경시대회에서 3위를 했었다고 한다. 학부에서는 물리학대신 IT를 공부했고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인터넷에 이력서를 올려 놓기만 하면 여러 회사에서 연락을 받곤 했던 T도 뉴질랜드에서는 그저 동남아시아 이방인에 불과했다. 열심히 자리를 알아봤지만 결국 프로그래머 자리를 얻지 못하고 새벽과 밤에 청소일을 해야만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일을 잘 한다는 소리를 한국에서 여러번 들었었는데, T가 아마도 그 평가에 걸맞는 전형적인 베트남 사람인 것 같다. 성실하고 책임감있고 부지런하고.. 물론 베트남 사람들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또 다른 베트남 친구 C는 베트남 고위 공무원으로 현재 이곳 대학에서 Ph.D과정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 친구는 다른 동료들 모두에게 불성실하게 일하는 친구라는 평을 듣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주에 T에게서 한달 후면 청소일을 그만둔다는 말을 들었다. 거의 1년만에 프로그래머 일자리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제 곧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T에게 꼭 필요한 좋은 소식이라고 축하를 해주었다. T처럼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이방인, 내국인을 막론하고, 차별받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구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니..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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