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길 건너에 이 지역에서 서핑으로 유명한 해변이 있다. 아들 녀석이 그 곳 해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동안 난생 처음으로 서퍼들이 서핑하는 모습을 맨눈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남반구인 이곳은 지금이 겨울이기에, 물론 한국의 겨울처럼 영하의 추위는 아니지만, 체감기온이 제법 쌀쌀했고 호기심에 직접 손을 담가본 바닷물도 꽤 차가왔다.
서퍼들은 10대, 20대로 보이는 청년들에서부터 50대 중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었다. 다들 위아래 통으로 몸에 착 달라붙게 만들어진 검정색 서핑복을 입고 있었고, 파도를 타기 위해 해변에서 100미터 쯤 파도를 거슬러 먼바다쪽으로 헤엄쳐 가고 있었다. 보드에 엎드려 두팔의 힘만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헤치고 먼 곳으로 나가는 모습이 사뭇 힘들어 보였다.
서퍼들은 파도의 너울이 시작되는 근방에 도착한 후에는 보드에 앉아 서핑을 할 만한 파도가 오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드는데, 그들이 바라는 파도는 그다지 많지 않아보였다. 기다리는 파도가 올 때까지 5분이고 10분이고 보드에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들은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나는 그저 아무 파도나 올라타면 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파도도 각양각색이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파도는 서퍼를 들어올려 앞으로 밀고 갈 만한 힘이 없었다. 그런 파도를 골라 올라타려는 서퍼들은 헛 힘만 쓸뿐 맥없이 자빠지고 마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좋은 서퍼란 좋은 파도를 골라낼 줄 아는, 또는 그런 파도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잘 잡는 기술이 있다해도 파도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역으로 말 할 수도 있겠다. 아무리 좋은 파도가 있다해도 보드를 탈 줄 모르면 어찌 서핑을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서핑도 인생처럼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영역과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 맞물려져 있는 것이었다. 파도가 없을 때는 파도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파도가 왔을 때는 그 파도를 잘 탈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파도가 밀려오면 도망치는 세 살 짜리 아들 녀석도 이 해변에서 자라다보면 겨울 추위에도 보드하나만 들고 하얀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가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좋은 파도를 기다릴 줄 알고, 파도가 왔을 때 휩쓸리지 않고 유유히 물벽을 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되면 혹 인생의 파도도 잘 타고 넘을 수 있지 않겠는가..
Thursday, July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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