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27, 2014

2014 크리스마스 묵상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회 근처 양로원과 노인들 가정을 방문해 캐롤과 찬양을 불러드리는 교회 행사에 참여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80대 후반의 할머니에게 이 교회에서 이런 행사를 몇 년간 해오고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근 20년이 되었다고 한다. 20년간 꾸준히 이런 봉사활동을 해오다니.. 외국에 그래도 10년넘게 살고 있어서 이런 일에 익숙할 만도 됐건만, 아직도 이렇게 꾸준히 좋은 일을 해오는 사람들을 만나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아들도 이 행사에 같이 참여시켰는데, 성탄절이 산타나 선물이 다가 아니라, 낮은 자리에 임하신 예수님을 기억하고 그 분의 가르침과 삶의 자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실천에 옮기는 날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생일'이라기 보다는 예수님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리고 그 기념의 방식은 서양식의 생일 파티보다는 한국식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생일에 서양 문화권에서는 생일자에게 케잌과 선물을 주며 축하하는 전통이 있다. 반면, 내가 어릴 적 우리나라에서는 생일이 되면 아침에 어머니가 끓여 주신 미역국을 먹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어릴 때는 그 미역국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왁자지껄한 서양의 생일 파티보다는 생일 아침 어머니가 차려 주신 아침 밥상이 훨씬 그립다. 그날은 어머니와 나에게 가장 의미있는 날이 아니겠는가. 어머니가 드셨던 미역국을 내가 먹으며 어머니를 기억하고 나를 낳느라 애쓰신 어머니께 감사하고 효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선물과 파티에 우선하는 것 같다.

예수님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 난 그 분의 어머니도 아니고 동시대의 형제나 친구도 아닌 2천년 후의 제자에 불과하지만 그 분의 생일을 기념한다면 난 한국식으로 조금은 차분하게 그 분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 분의 삶을 기리고 그 분의 가르침을 따르는 방식으로 기념하고 싶다. 이 교회가 하고 있는 노인 방문이 단지 일회성일지라도 그것이 20년간 지속된 일회성이라면 이미 그것은 일회적이지 않은 것이다. 일년에 한번인 크리스마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때 마다 예수의 정신이 나눔을 통해 새롭게 일깨워질 수 있다면 크리스마스는 하나의 이벤트라기 보다 하나의 이정표로서 우리 인생길에 꼭 필요한 표지판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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