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3, 2015

신비체험

국민학교(초등학교) 5 학년 때였다. 교회에서 부흥회가 있었고 저녁 예배 후 통성 기도 시간에 갑자기 말이 꼬이기 시작하는 경험을 했다. 그 당시 내가 신앙생활을 했던 교회에서는 딱히 특별하게 여겨지지도 않았던 방언이라는 은사를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난생 처음이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내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처음에는 단절적으로 나오던 이상한 말이 계속 기도를 하는 중에 일종의 언어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희열이 있었다. 나도 방언을 받았구나 하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내게 잊을 수 없는 신비체험은 방언이 아니고 정작 그 이후에 경험했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학교까지 약 2 km, 왕복 4 km를 걸어다녔다. 집에서 출발하여 논두렁 길을 거치고 강가의 비포장도로를 따라 학교까지 걸었는데, 매일 보던 그 길, 그 산, 나무, 풀, 꽃, 염소, 개구리, 벌, 나비 등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생함이 느껴졌고, 세상이 너무너무 아름다워보였다. 그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기쁨과 행복감이 나를 휘감았고, 그 상태가 며칠간 계속 되었었다. 방언도 좋았지만 그 이후 내가 경험했던 그 새로운 세상과 행복한 상태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한 체험이었다. 벌써 30년이나 지난 일이라 더 세밀하게 묘사를 할 수 없기도 하지만, 설령 지금 그 체험을 다시 한다해도 그 체험을 글이나 말로 온전히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내가 했던 신비체험이 유일무이한 것은 아니다. 신비주의 계열의 책들을 읽어보면 나와 비슷한 체험을 한 사람들이 꽤 많다. 나보다 훨씬 강렬한 체험을 하신 분들도 많이 있고.. 신비체험은 실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해준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 내가 세상을 경험해 오던 방식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나와 자연, 나와 타자를 가로막고 있던 그 무언가가 사라진 세상, 질적으로 전혀 다른 변화된 세상이 가능한 것이다. 나와 네가 남이 아니고 나와 자연이 충만한 생명으로 하나가 된 그런 세상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세상이 하나님 나라의 한 측면일 것이다. 지금은 순간으로 밖에 경험될 수 없는 세상이지만 언젠가 하나님 나라가 완성되면 우리는 내가 잠시 체험했던 생명으로 충만한 세상, 기쁨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답답한 이 세상에서 그런 세상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