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8, 2016

무능한 목사?

어느 목사 아들이 쓴 무능한 목사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는 글을 읽었다. 무능하다는 표현은 세속과 교회의 일반적인 관점을 따라서 자신의 아버지를 평가한 말이었다. 설교도 평범하고, 교회도 크지 않고, 지명도도 높지 않은 목사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는 말은 아버지가 묵묵히 성실하게 낮은 자리에서 교회를 30년 가까이 섬겼기 때문이라는 뜻이었다. 사실 여기에서 글이 끝났었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그런데 글이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버지가 무능한(?) 목회자였기에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병원도 제대로 못가고 먹을 것도 맘껏 먹을 수 없는 형편에서 살았지만, 나중에 보니 자기는 전문의, 형은 모 전자 책임 연구원, 동생은 한의사가 되어있었고 이는 아버지의 희생과 기도 덕택이었으니 사실 아버지는 하나님의 복을 자식들에게로 유도한 유능한(?) 목회자였던 것처럼 느껴지는 글이었다 (그 글을 꼼꼼히 읽지는 않아서 내 독해가 잘못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글을 쓴 분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는 이해할 만하다.
삼형제가 모두 아버지처럼 목사가 되지는 말자고 다짐했었던 걸 보니 그 환경이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내가 그 마음을 모르는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류의 글이 인터넷에서 유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기가 경험했던 그렇게 어려웠던 목회 환경을 바꿔보자는 글을 써주면 좋지 않을까?

이런 글들은 목회자가 참고 희생하고 기도하면 자식들이 복을 받게 된다는 쪽으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나는 저 글을 쓴 필자의 아버지와 비슷한 목회를 하신 분들의 자식들이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많이 봤다. 굳이 목회자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신약성경이나 초대교회 성도들이 그들의 신실한 신앙으로 인해 초기 300년동안 핍박과 궁핍 속에 살았던 걸 보면 신앙이 자식들의 세속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교회에도 부자교회 가난한 교회가 있다는 이 참담한 현실을 개선해야 하지 않겠는가. 성실하게 목회하는 목사가 돈이 없어서 자식들 병원에도 못보내고 가족들에게 삼겹살도 한번 못사줄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성도들이 개탄해야 하지 않겠는가. 글쓴이는 돈 잘 버는 직업을 가졌으니 감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감사는 아직도 성실하게 목회하면서도 어렵게 살아가는 목사들의 삶을 돕는 쪽으로, 잘못된 교회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쪽으로 표현되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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