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면서 새 것을 향한 소유욕보다는 오래된 것에 대한 연민이 더 크게 느껴진다. 가령 이렇게 오래된 화단 경계석도 새로운 경계석으로 바꾸기 보다는 그대로 놔두고 싶다.
색도 바래고 이끼도 끼고.. 이 집이 80년된 집이니 이 경계석도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족히 수십년은 되었을 것이다. 있는듯 없는듯 그냥 주변의 잔디나 잡풀들과 하나가 된 느낌이다. 처음에는 이 녀석도 인공의 존재감을 드러내었을 터이다. 살아있는 식물들 속에서 단단한 회색 콘크리트의 위용을 뽐내었을 것이다. 수십 년 전 젊었을 이 집 주인도 이 경계석을 놓으며 뿌듯해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과 함께 그 주인도 이 경계석도 함께 늙어갔을 터이고 이제 주인 떠난 이 집에 방치된채 남겨져 있다.
내가 이 집으로 이사 온지도 벌써 3년이 지났으니 나도 3년간 이 콘크리트 덩어리를 지켜본 셈이다. 바꿀까 말까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 공감 능력이 무생물에게도 닿게 되었는지 저 경계석도 안쓰러워 보이고 차마 아름답게도 보인다. 그냥 가끔 그 위로 올라오는 풀잎이나 깔끔하게 잘라주고 저렇게 놔두려한다. 인공도 오래되면 자연이 되는 것이고 사람도 자연으로 돌아갈 터이니.. 자네나 나나 그렇게 조용히 자연이 되어가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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