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처음으로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거창한 거짓말은 아니고 산수 문제를 계산기로 풀어놓고 나한테는 암산으로 푼 것처럼 얘기한 것이다. 뭐 이번이 처음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한테 발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나이로 12살이니 이제 거짓말도 할 수 있을만큼 큰 건가?
나는 몇 살부터 부모님한테 거짓말을 했었나? 아마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했었던 것 같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머니 지갑에서 동전을 빼냈던 기억도 있고, 백화점에서 작은 인형을 하나 들고 왔다가 어머니에게는 길에 떨어져 있었던 걸 주워왔다고 말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 소소한 거짓말들을 나도 했었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가 자백을 안하려고 하길래 지금 이야기하면 화내지 않을 거라고 했더니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니 슬펐다. 아이가 거짓말을 해서 슬펐다기 보다는 저렇게 착한 아이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할 걸 생각하니 슬펐다. 세상을 살면서 저런 눈물을 얼마나 더 많이 흘려야 할까.. 그래도 그렇게 잘못을 인정하고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 하는 마음이 무뎌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살필줄 알고 혹시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염치가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후안무치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잘 참고 아이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엄하게 타이르기는 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아이는 나에게 거짓말을 더 하게 될 것이고, 때에 따라서 나는 아이의 거짓말을 알면서 모른체 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오늘 이 사건을 통해 아이 스스로 거짓말을 하면 마음이 불편해지고 관계가 버성겨진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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