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17, 2026

올림픽 출전 탁구 선수와 게임을

어제 탁구를 치고 있는데 클럽에서 친하게 지내는 J 할머니가 옆 테이블에 처음 보는 여성을 데리고 와서 같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평상시처럼 내 선출 친구와 랠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여성분의 자세가 범상치 않았다. 아주 정석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모습으로 공을 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J가 가끔 자랑삼아 얘기했었던 조카딸이었다. 이름은 미셸 브롬리, 2020년과 2024년 2회 연속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전 호주 국가대표 탁구 선수였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J가 같이 게임을 해 볼 거냐고 해서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올림피안의 공을 받아볼 기회가 살면서 얼마나 있겠는가? 나와 내 친구가 한 팀으로 J/미셸 팀과 복식 게임을 했고, 그 후에 내 친구와 미셸이 따로 단식 게임을 했다. 나는 늘상 선출인 내 친구의 풀파워 공을 받아왔기 때문에 미셸의 공을 받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미셸은 국가대표 출신답게 정교한 플레이에 능했고 거의 범실이 없었기 때문에 게임에서 이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하면서 재미있게 쳤다. 

친구와 미셸의 단식은 거의 막상막하였다. 내 친구는 게임은 거의 하지 않고 나랑 랠리만 하는 스타일이라 게임을 아주 오랜만에 하는 터였지만 미셸과 대등한 게임을 했고, 마지막 게임에서는 듀스를 거듭하며 결국 20대 18, 세트 스코어 2대 1로지고 말았다. 미셸이야 잘하는 게 당연했지만 내 친구도 대단했다. 지금은 나랑 부담 없이 탁구를 치는 배나온 50대 아저씨지만, 젊었을 때 그 친구의 실력이 어떠했을지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경기였다. 

미셸은 이제 거의 40살에 가까운 나이였고 어린 두 아이의 엄마였는데 몸이 아직도 탄탄해 보였고 매너도 좋은 분이었다. 나와 같은 하수와 게임을 할 때도 제대로 자세를 잡고 진지하게 게임에 임했다. 집에 와서 검색을 좀 해 보니 미셸 브롬리는 호주의 굴공이라는 인구 2천 명 정도의 시골에 살면서, 허름한 거라지에서 아버지에게서 탁구를 배워서 나중에 국가대표의 자리에까지 오른 놀라운 인물이었다. 2024년 올림픽에서는 아이를 낳은 지 18개월 만에 복귀해서 대표팀 자리를 꿰차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아시아나 유럽에 비해 탁구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은 호주에서, 그것도 인프라가 거의 없는 시골에 살면서 아버지와 함께 창고에서 어릴 때부터 꾸준히 탁구를 치고 실력을 갈고 닦아서 결국 올림픽에까지 나갈 정도로 탁구를 사랑했던 사람과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