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23, 2009

임신

어제 아내의 임신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임신 테스터 두 개를 사서 실험 해본 결과 두번 다 임신으로 나왔고

그래도 못 미더워하는 아내를 위해 임신 테스터 하나를 더 사서 확인해 보았지만 결과는 역시 임신.

마지막으로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받고 임신임을 확인 받았다.

두번째 테스트 때 이미 임신임을 확신했었지만 좀 더 공인된 결과를 원하는 아내를 위해 테스트를 더 해주었다. 결국 몸 속에서 아이를 키울 사람은 아내이이기 때문이다.

사실 임신 경험에서 나는 철저히 아내와 태아로부터 소외된다.

물론 정서적으로는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아내와 태아 사이에서 일어나는 내밀한 몸의 반응으로부터 나는 완전한 이방인으로 남는다.

아내는 벌써 몸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그 작은 생명체가 몸에 둥지를 트는 것을 아내의 몸이 감지하고 있는 반면,

이러한 신비로운 생명 활동에 대해 나의 몸은 전혀 무지하다.

아빠라는 사람은 태아와 육체적으로는 어떠한 교감도 느낄 수 없다는 이 평범한 사실이 처음으로 황망하게 다가온다.

나는 아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아내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고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진정으로 받아들여주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나는 아이보다는 아내에게 집중하고 있다.

아내가 제 몸의 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뭔가 아는 척 하지만 사실은 모른다.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오직 아내만이 알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임신 경험은 오로지 아내의 것일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임신 경험에서의 소외를 인정하고, 아내가 그 최초의 경험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일 밖에 없는 것 같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