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24, 2012

감사

남반구는 지금 겨울이다.
대략 40년동안을 북반구에서 살아온 내가 처음으로 여름이어야 할 때에 겨울을 맞고 있다.
추운 6월은 상상해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추운 6월을 보내고 있다.
인생이란 참 알 수가 없다.
1년 가까이 공식적인 목회자의 자리에서 물러나서 지내다보니 많은 것이 나에게서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스펀지에서 물이 빠지듯, 나무 잎사귀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듯..... 황량해진다고 해야할까.. 아님 가벼워지고 있는 걸까..
뭔가를 잃어가고 있는 느낌..
나는 이제까지의 나를 무엇으로 채우고 있었는가..
성서, 교회, 책, 신학, 철학, 사회활동, 지인들.. 이런 것들이 서서히 나에게서 빠져나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도 보게된다.
아내, 아들, 가족, 이웃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아마도 이들이 그리고 이들과의 관계가 내 삶의 근간인 것 같다.
뿌리가 살아있으면 나무는 산다. 잎사귀가 다 떨어져나가 맨몸이 되어도 뿌리가 살아있으면 나무는 겨울을 이겨낸다.뿌리만 건강하면 잎은 다시 돋아나게 마련 아니던가.. 꽃도 피고, 열매도 맺을 거고..
이것 저것 떨어져나가니 예전보다 선명하게 뿌리가 보이는데, 다행히 뿌리가 건강하다. 그래서 감사하다. 이 감사가 지금 내 행복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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