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ne 30, 2012

큰 꿈

아버지는 말하자면 이미 70년대에 현재 박진영이나 다른 연예기획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미국 진출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기고자 했었다. 앞서도 너무 앞선 계획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 당신께서 가수셨기에, 물론 유명가수는 아니셨더라도, 연예계에 대해 충분히 아셨을텐데 어찌 그런 무모한 도전을 하셨는지..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아버지의 이런 큰꿈을 꾸는 성향이 60대 후반의 목사이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 꿈이 크기는 하지만 내용이 건강하고, 그 꿈으로 인해 아버지 역시 노년에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큰 꿈을 갖길 좋아하는 아버지의 성향은 앞서 언급한 사업의 실패로 인해 우리 집안이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때도 변하지 않았었다. 그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초등학생이던 누나와 나에게 늘 해외 유학의 꿈을 심어주셨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누나와 나는 어릴때부터 크면 당연히 유학을 갈거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다. 집안이야 그 후에도 계속 가난했지만 아버지가 해주셨던 말이 자연스럽게 내 마음 속에 심어졌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이유가 전부이지는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누나와 내가 현재 외국에 나와 살고 있는 걸 보면 아버지의 영향을 무시할 순 없을 것 같다.

아버지와 달리 나는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약간은 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아버지가 하늘의 사람이라면 나는 땅의 사람일테고, 아버지가 이상주의자라면 나는 현실적 이상주의자일테다. 내가 붙들고 있는 두 개의 화두 중 하나가 incarnation이듯이 좀더 down-to-earth적인 방식으로 이상을 실현해보려 애쓰는 사람이 나이고, 현실은 거의 안중에 없고 이상만 추구하는 사람이 아버지인 것이다. 어찌보면 나는 아버지의 성향에 대한 반작용으로 현실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한때는 아버지의 이상적이기만한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으나, 지금은 아버지 연배의 많은 분들이 현실에 치여 꿈을 상실한 채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 현실적으로 꿀 수 없는 꿈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제압당하지 않고 꿈을 지켜가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내가 도달하지 못한 어떤 경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내 아들에게 나는 어떤 아버지로 기억될까. 나도 꿈꾸는 아버지로 기억될까.. 그렇게 되고 싶다. 나도 내 아들에게 큰 꿈을 꾸는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고 꿈을 심어주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이런 말도 꼭 해주고 싶다. "큰 꿈을 가져라. 하지만 크리스천으로서, 나는 네 꿈의 방향이 상향이 아닌 하향인 한에서만 그 크기를 인정해 줄 것이다. 그러니까 그 큰 꿈은 예수님이 가지셨던 바 세상의 수많은 고통받는 자들을 품는 류의 꿈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네가 나중에 직업적으로 도달한 위치가 세속의 높은 자리가 될지 낮은 자리가 될 지 나는 알 수가 없지만, 어떤 위치에 있건 네 꿈의 방향은 늘 하향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라." 

2 comments:

  1. 그 꿈이 아드님에게 꼭 전해지길 바랍니다. ^^ 아버님의 꿈이 님에게 반영되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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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잘 살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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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