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16, 2015

주님의 것

노인들을 돌보며 나는 내 노년을 당겨살아 볼 기회를 얻었었다.
가끔 머리 속으로만 그려보았던 노년을 직접 눈으로 손으로 경험할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거동이 불편하고, 외롭고, 갑자기 죽고 하는 모습들을 2년간 보았다.
원래 욕심이 없던 나지만 노인들과 지내다 보니 더 욕심이 없어졌다.

내 눈에 노인들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던지 돈이 얼마나 있던지간에 다 같아 보였다.
아기들이 다 같아 보이듯, 노인들도 다 같아 보였다.
나도 40년 후엔 저렇게 될 것이었다.

바닷가 저택에 살든 시내의 정부 아파트에 살든 달라 보이지 않았다.
박사 학위자건 고졸이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집이 네 채건 한 채도 없건 다들 같아 보였다.
심지어 자식이 있건 없건 배우자가 있건 없건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물론 당사자들에게는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냥 한 사람의 노인으로서 그들은 다 같은 존재였다.
오랜 세월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포기하지 않은채 살아온 위대한 존재들이었다.

노인이 되면 모든게 없어진다.
건강도 가족도 친구도 다 없어진다.
생각해보면 원래 없던 것들이다.
잠깐 내 곁에 있었을 뿐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

건강이든 돈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내 곁에 머물러 있었을 때 잘 지내고
떠날 때 잘 보내주면 된다.
그리고 그냥 주님 만날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아름답게 살아가면 될 것이다.
원래 내 것은 없지만 나는 본래 주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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