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15, 2016

좋은 선생이란

목사에게도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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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졸업생들과 입학생들이 교차하는 이맘 때가 되면 교수로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성찰하며, 학생이 죽어 버린 이 시대에 선생으로 입신하려는 열정을 가만히 되씹어 본다. 학생이 없는 시대에 선생으로 살아가는 뜻은 무엇일까? 그 무익한 열정은 무엇일까?

내 경우, 선생이란 ‘무엇’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우선 ‘나’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선생은 먼저 알아낸 것을 전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앎을 위해서, 그리고 앎과 삶의 일치를 위해 먼저 노력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와중에서 넘어졌든 자빠졌든, 다만, 그 노력의 치열한 흔적, 그 흔적의 길을 솔직하고 섬세하게 보여 주는 사람이다.

선생은 먼저 산정(山頂)에 올라서서 두 다리를 뻗고 산 아래를 향해 두 손을 흔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산정을 향해서 먼저 출발한 사람이며,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사람이며, 그 실수의 경험을 헛되지 하지 않은 사람이며, 그 경험에서 온고지신의 지혜를 닦아내는 사람이다. 그러니 선생은 강단 위에서 강단 아래로 정답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정답이 없는 절망 속을, 해결이 없는 배회 속을 얼마나 멋지게 견딜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람이다.

잘해야 그는 정답을 찾기 위한 도정에서 얻은 상흔을 보여 줄 뿐이며, 심지어 오답 투성이의 앎과 삶에서도 섣부른 권태나 냉소에 빠지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용기 있게 보여주는 사람이다. 선생은 가르칠 ‘무엇’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그는 가르칠 것이 없는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사람일 뿐이다.

다만 좋은 선생이란 허우적대면서도 격(格)이 있고, 자빠지면서도 멋이 있다는 것 뿐."

-김영민『문화(文化) 문화(文禍) 문화(紋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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