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교회력이 이번 주일로 마무리되고 그 다음 주일부터 2017년 교회력이 시작된다.
2017년에는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하는 구체적인 소명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여태까지는 이 곳에 목회자가 없기 때문에 왔다는 소명으로 버텨왔지만 이제부터 좀 더 구체적인 소명을 찾지 않으면 의미는 없고 의무만 있는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목사로 부름을 받았으니 하늘에서(아니면 교회를 통해) 해직 명령이 내려올 때까지 의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하게 될 일 의미있게 하고 싶다.
의미를 찾지 못하면 삶은 지루해진다.
하나님께 부여 받은 내 생명을 지루함으로 채우지 않고 좀 더 풍성하게 살아내려면 하나님의 뜻에 연결되는 지금 여기에서의 내 삶의 의미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말씀(구약)을 통해 제 2 성전 시대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자신의 희생을 통해 이스라엘과 온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는 메시아적 소명을 체득하였듯이, 나 역시 성경을 통해 이 곳에서의 구체적인 내 소명을 새로이 발견해내야 할 것이다.
이 곳에서 나에게 맡겨진 작은 공동체를 잘 섬겨야 한다는 소명은 잘 알고 있지만 뭔가 구체적으로 그 소명을 어떻게 감당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내 역할을, 이들과 같은 신학적 프레임을 공유하고 있는 목사가 올 때까지 이들이 교회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돕는 정도로 한정해야 할지, 아니면 이들을 이들의 프레임 너머로 이동하게 만드는 정도까지 확장시켜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들에게 박혀있는 기복적 신앙관이 실로 뿌리가 깊다. 여태껏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크게 거부감이 없을 정도의 내용으로 그들의 신앙적 세계관 바깥으로의 외출을 유도해 보았으나 그것은 잠시일 뿐 다시 기복신앙이라는 집으로 돌아간다. 밖은 춥고 집은 따뜻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 시각으로는 그 집이 지금은 따뜻해 보여도 곧 무너질 집이라 차라리 밖으로 나와 새로운 집을 짓고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그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는 말이 있다. 유튜브만 틀면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대형교회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를 얼마든 들을 수 있으니, 내 설교로 약간 찝찝해진 그들의 마음을 자기 편인 목사의 설교로 치유하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도 목사고 대형교회 목사들도 목사이니 내 말만 들을 필요는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뭐 성경 해석이야 어짜피 다양하니 자신들의 입장에 맞는 목사의 설교를 주식으로 하고 내 설교는 주일에 한번 외식한다는 느낌으로 맛만 보는 격이다.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나도 예전에는 저들과 같은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했었으니..
사실 그들의 신앙행태가 그렇게 크게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정도의 차이야 물론 있겠지만 '거지 나사로 이야기'의 '부자' 같은 사람들은 없다. 아예 그런 부자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내가 사명감을 가지고 그 행태를 바꾸려 하겠지만, 우리 성도들 같은 경우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이들과 같은 신앙적 세계관을 공유하는 목사가 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목사가 오면 이들도 더 재미있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는 이제 기복적 설교는 할 수가 없다. 내 개인적 소원을 이뤄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설교도 할 수가 없다. 그런 기도도 잘 못한다. 나에게 있어서 기독교 신앙은 개인의 이기심을 벗어나서 십자가의 길을 통해 이웃과 함께 하나님의 나라에 참여하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성경 속에서 그런 예수를 만났고 내가 만난 예수를 전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기복을 추구하는 다른 목사들도 성경에서 기복적인 예수(?)를 만났을 거라고 하겠지만..
어쨌든 이 곳에 있어야 하는 이상(이 곳에 올 수 있는 목사가 아직 없고, 성도들도 아직은 나를 나가라고 하지 않으니..) 이 곳에 내가 있어야 하는 구체적 소명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의미를 찾지 못하는 시간만 보내게 될 것 같으니 말이다.
Wednesday, November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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