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서 낯선 광경을 자주 본다. 아이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모습이다. 여태껏 익숙했던 모습은 책상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게임도 물론 하긴 하지만, 공부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아들은 한국 기준으로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다. 이번 학년부터 국가에서 주관하는 전국 단위 시험을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부터 보게되는 시험 결과가 앞으로 계속 쌓이면서 대학교 입학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제 학교 성적을 신경 쓰는 것 같아 보인다.
나와 아내는 아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아 왔고 지금도 그렇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사칙연산을 가르쳤을 뿐 나머지 부분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이 나라의 학교 교육 시스템을 따라갔다. 초등학교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스포츠 한 번, 악기 한 번 이렇게만 방과 후 활동을 했었고, 중학교 때부터는 스포츠에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 억지로 스포츠를 시키지도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30분짜리 피아노 레슨을 받는 것이 전부이다.
그래도 학교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는 졸업생 중 혼자서 수학상을 받았고,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도 학교에서 영어, 수학, 과학 우등반에 들어가 있으니 집에서 놀기만 하는 아이치고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이다. 맨날 게임만 하는 모습이 내 기준으로는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학교도 잘 다니고 성적도 좋으니 딱히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랬던 아이가 지금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공부부터 하는 모습을 보니 얘도 이제 더 큰 경쟁 사회 속으로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짠한 마음이 든다.
내 아들도 이제 자기 친구들 또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경쟁 속에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좌절도 맛보고 성취감도 맛보는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 아들의 장래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 어떠한 강요도 하지 않고 있다. 아이가 직업에 대해 물어보면 같이 대화는 하는데 내가 대신 선택을 해준다거나 은근히 어떤 직업을 부추기거나 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의 미래를 알지 못한다. 그것은 내 아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아이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내 아이의 선택을 지지해 줄 것이고 그 선택을 통해 실패를 배우든 성공을 배우든 그 옆에서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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