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3, 2012

전복과 욕심

얼마전에 여행을 다녀왔다.
북섬 끝자락에 있는 펠리서 베이라는 곳이었는데, 바다에서 자연산 전복을 잡을 수 있고 야생 물개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전복은 규정상 12.5센티미터 이상 크기로 일인당 열 마리만 잡을 수 있었다.
나는 몸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해 바다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같이 간 동료들이 허리까지 물에 잠긴채 바위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더듬더듬 전복을 찾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가을이라 바닷물이 차가운 편이었지만,
자연산 전복을 먹어보겠다는 동료들의 일념을 꺽지는 못했다.
결국 그분들의 수고로 나도 덩달아 자연산 전복을 처음으로 맛보았는데,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크기로 인해 한번 놀라고, 그 싱싱하고 쫄깃한 맛에 또 한번 놀랐다.
해변에서 즉석으로 회를 쳐서 먹고, 남은 것은 숙소로 가지고 와서 볶아먹고, 데쳐먹고, 삶아먹고, 라면에 넣어먹고, 죽도 쑤어 먹고.. 그 귀하다는 자연산 전복이 나중에는 같이 상에 올라온 삼겹살에도 밀리는 신세가 될 정도로 질리도록 먹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 이런 생각이 스친다.
'우리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귀한 생명을 빼앗은 것일까..'
전복이 10센티 이상 크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먹은 것은 단순한 조개가 아니라,
그 차가운 바다 밑 바위에 붙어서 10년 동안 버티고 살아온 귀한 생명이었던 것이다.
10년, 그 귀한 10년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과연 나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한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 것일까..
도대체 나는 왜 그걸 먹은 것일까..
먹을 것이 없어서, 몸이 아파서, 배가 고파서 먹은 것이 아니고 그냥 내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그 귀한 생명을 먹어버린 것이다.
동료들은 왜 그리 욕심을 부렸던 것이며, 나는 왜 그들을 제어하지 못했을까..
그냥 한마리씩만 잡아서 맛만 봐도 되었을 터인데, 왜 그토록 많은(물론 1인당 10개 이하이긴 했지만) 전복을 잡았던 것일까..
예전에 마구잡이로 고래를 잡아들이는 사람들을 TV에서 봤을 때 그들을 비난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들과 내가 다를게 뭐가 있나..
나는 과연 전복을 먹은 것인가 내 욕심을 먹은 것인가..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2 comments:

  1.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을 적당하게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비싼 전복을 그렇게 설렁설렁 잡을 수 있으시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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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하 참 부끄럽네요.. 한국 사람들이 수산물을 꽤 좋아하죠. 아마 우리나라 같았으면 전복 씨가 말랐을 겁니다. 부친상 당하신 걸로 아는데 몸과 마음 잘 추스리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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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