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현재 출석하고 있는 뉴질랜드 교회의 목사님이 빌려준 The Pastor라는 책을 공감하며 읽은 적이 있었다. 유진 피터슨의 책이었는데, 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목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주제삼아 자서전으로 쓴 책이었다.
나에게 목사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내 아버지이다. 나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3학년부터 목사의 아들로 자랐다. 아버지가 독실한 불교 신자였으나 예기치 못한 어떤 사건을 계기로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즈음부터 하나님을 믿게 되었고, 신학교육을 받은 후 목회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목회관은 우리집의 가훈이기도 한 "십자가를 지자"였다. 아버지는 고난받는 길을 택해서 다니셨다. 아무도 가려하지 않는 작은 교회로 가서 그 교회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눈물로 기도하시다가, 기도해도 눈물이 나오지 않을만큼 편해질 때면, 그 교회를 떠나 다시 작은 교회로 옮기셨다. 교회가 자립할만큼 성장하면 다시 작은 교회로, 커지면 다시 작은 교회로..
아버지의 기도는 늘 새벽 2시에 시작되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으셨다. 교회당 제단 중앙에 걸린 십자가 아래에서 하나님과 교통하며 보낸 시간들은 아버지의 무릎과 발등에 훈장과 같은 옹이들을 남겼다. 그 굳은 살들은 아버지의 몸에 새겨진 예수의 흔적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신학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서로 다르지만 그 흔적은 나를 늘 겸손하고 경건하게 만든다.
유진 피터슨의 아버지는 정육점의 주인이었고, 유진은 아버지의 가게에서 일하면서 훗날 목회에 도움이 될 소중한 경험들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어린시절의 나 역시 아버지와 아버지가 목회하시던 교회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다. 이제 나에게도 아들이 있고 아직 먼 꿈이기는 하지만 내 아들도 목회자가 되어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섬기는 자가 되길 바라고 있다. 훗날 내 아들도 나를 기억할 것이다. 나는 어떤 신앙의 유산을 내 아들에게 남겨줄 수 있을까.. 내 몸/삶에는 어떤 흔적이 새겨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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