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November 19, 2013

Trust로서의 신앙

신앙을 맡기는 것(trust)이라 할 때, 맡기는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 지 살펴보면 신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몇 달 전에 만 세 살짜리 내 아들을 처음으로 어린이 집에 맡겼다. 하나 뿐인 아들을 맡기는 것이니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 일이겠는가. 일단 근처의 어린이 집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은 물론이고 원장을 만나 어린이 집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교사는 몇 명인지, 식단은 어떻게 되는지, 원비는 얼마인지 등등을 꼼꼼하게 따져보았다. 그러고 나서 한 곳을 선택해 아이를 맡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를 맡기기 시작했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잘 먹고 있는지, 선생님들이나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지, 교사들이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있는지 등등에 관해 끊임없이 신경을 써야 했다. 아이가 잘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과 함께 의심이 점점 줄어들면서 어린이 집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 믿음과 함께 아이를 맡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고, 특히나 아이가 당면한 문제들(점심 먹기, 화장실 이용하기 등)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어린이집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져갔다. 이 모든 일들이 어느 순간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긴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신앙도 마찬가지이다. 믿으라고 해서 그냥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믿음은 거짓 믿음, 불안하기만 한 믿음일 수밖에 없다. 믿음은 불안을 어느 정도 품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불안하기만한 믿음이라면 그것이 내 삶에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그냥 무조건 믿는 믿음은 가능하지도 않고 특히나 이성적인 사람에게 그런 믿음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방법이다. 아이를 맡기기 전에 어린이집에 대해서 알아본 것처럼, 신앙의 대상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인 것이다. 내가 소중할수록 더 열심히 하나님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내 자식이 소중하기에 어린이집에 대한 사전조사를 그렇게 열심히 한 것이 아니었는가. 

물론 하나님에 대한 공부는 완벽할 수가 없다. 어린이집에 대한 조사도 완벽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무한한 하나님에 대한 공부가 완벽할 수 있겠는가. 일단 이 어린이집이 어느 정도 믿을만하다 판단되면 그 이후는 일단 아이를 맡겨야 한다. 맡기는 일을 미루기만 하면 그 어린이집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기회도, 신뢰 관계를 형성할 기회도 없는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공부만 했지 하나님께 맡기는 결단을 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에 대한 공부만 영원히 하게 될 뿐 하나님을 직접 알아갈 기회도,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도 불가능하게 된다.

여기서 아이를 맡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하나님께 나를 맡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가라는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이 생겨난다. 하나님께 나를 맡기는 것은 어떤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처럼 나도 하나님께 나를 맡겨야 하나?

아이를 맡겨야 할 때를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부모가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든 아니면 아이에게 친구가 필요한 상황이든)아이를 맡기게 된다. 내가 아이의 모든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면 왜 굳이 다른 곳에 아이를 맡기겠는가? 

나 자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내 자신의 모든 필요를 다 채워줄 수 있는가? 궁극적으로 내 생명의 완성을 내 스스로 이루어 낼 수 있는가? 단순히 신체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닌, 나라는 존재의 통합적 온전성을 나 스스로 이룩할 수 있는가?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서 늘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그 최선의 선택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인간이란 스스로 선택을 하면서 만들어진다(물론 선택이란 늘 주어진 생물학적 사회적 환경 속에서의 선택이기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제약을 인정한다 해도 사람이 일생동안 선택을 통해서 만들어져간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선택은 종류에 따라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고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치명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선택들을 아무런 기준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바르게 할 수 있는가? 

완전하신 하나님에게 나를 맡길 때 나는 내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에 일치하는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인생을 통해 계속되는 선택들이 조금씩 조금씩 하나님의 뜻에 가까워질 때 나 역시 점점 더 온전한 사람이 되어 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 역시 필요한 일이다. 내가 내 아이를 혼자서 잘 돌볼 수 없음을 인정하고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듯 같은 이유로 나 역시 나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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