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자들도 그렇겠지만, 신학자들도 시대적 한계 속에서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신학자의 경우 그것은 신학적 해석일 것이다. 일부 신앙인들에게는 해석없이 주님의 뜻을 가급적 문자적으로 추구하며 사는 방식도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의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인간 이성의 지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니, 신앙의 지적인 부분에 도움이 되는 해석이 주어지면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며 사는 삶에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무조건 믿어라 보다는 '이러이러하니 믿어라' 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고 부활하신 사건 역시 그에 대한 해석이 필요했다. 유대교의 해석을 따르자면 메시아는 이교도에 의해 사형당해서는 안되는 존재이고 역사의 중간에 부활이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주님이 부활하신 것이다. 이로 인해 그 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해졌을 것이고 부활을 경험했던 제자들에 의해 새로운 해석이 진행되었다. 그 중 바울의 해석이 가장 정교했다. 설득력이 있었다. 그 해석에 설득된 유대인들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유대교 신앙에서 벗어났다.
요즘도 새로운 해석이 필요할까? 그렇다. 예수님의 재림은 이천년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천년동안 이루어지지 않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해석이 여전히 필요하다. 특히나 과학적 사고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해석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세계관이 과학이라면 과학적 세계관을 통해서도 하나님 나라를 증거할 수 있어야 한다. 1세기 유대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세계관은 구약적 세계관이었고 바울과 사도들은 구약성경을 통해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증거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이 하나님이라면 과학을 통해서도 하나님은 하나님이실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는 해석과 함께 신학과 타 학문간의 해석적 번역(단순한 언어 번역이 아닌 학제간 번역)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수준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 언어를 신학 언어로 번역할 수 있어야 하고 신학 언어를 과학 언어로 번역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는 과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 심리학, 문학, 예술 등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가 각 분과적 언어로 번역되어야 하고 각 분과적 언어를 신학적 언어로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막무가내식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수준으로 말이다. 한국 교회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학제간 고급 번역요원들을 양성해 내는 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이일에 지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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