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21, 2017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점

C 목사는 이 곳에서 알게 된 목사다. 남아공에서 이민 온 백인 목사인데, 근처 침례교회의 담임목사이다. 이민을 왔어도 영어가 모국어고 또 백인이라 나와 처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이민을 왔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친해졌다. 신학적으로는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나와 신학적으로 할 얘기는 많지 않지만, 같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으니 만나서 편안히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이다.

C 목사가 올 초에 모텔을 구입해서 운영을 하고 있다. 부부가 본래 교사였고 C 목사의 아버지가 의사였기 때문에 그간 모아둔 재산이 좀 있었나 보다. C 목사 부부에게는 약간의 지적 장애가 있는 딸이 있는데 나중에 자기들이 죽은 후에도 그 아이가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고 싶었다고 한다. 교회에는 다른 목사를 청빙해도 된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 교인들이 계속 있어달라고 했단다. 

서양 교회들은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드리는 예배가 주일 예배 한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목사들이 그렇게 바쁘지는 않다. 주중에 성경 공부 한번 정도 하고 나머지는 신앙 상담이나 병문안을 비정기적으로 한다. 큰 교회 같으면 각종 위원회 회의나 스태프 회의에 시간을 더 쓰게 되겠지만 규모가 큰 교회가 그리 많지 않으니 대부분 목사들은 한국 교회 목사들에 비해 한가하다.

나는 요즘 주일예배 설교, 어린이 설교, 청년부 성경공부, 금요 성경공부를 하고 있고 매주 한번씩 이곳에서 50 Km 떨어져 있는 동네로 가서 그 곳에 있는 두 가정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키위 목회자가 받는 사례비의 3분의 1만 받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으니 이 불균형은 하나님이 나중에 하늘의 상급으로 갚아 주시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 불균형은 아내가 채워주고 있다. 

물론 나와 아내는 처음부터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아내의 커리어를 준비해왔지만 실제로 몇년간 이런 삶을 살아오면서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음을 깨닫고 있다. 바로 내 안에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성도들이 교회에 애정을 갖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나 주변에 있는 키위 목사들이 나보다 낮은 학력과 나보다 낮은 헌신도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더 많은 서포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느껴질 때마다 아내에게 더 미안해진다. 물론 한국 교회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나도 아내도 잘 알고 있기에 버텨내고 있지만 나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면 목회를 계속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톨릭의 신부들과 달리 개신교 목회자에게는 가정이 있다. 교회가 목회자에게 나라에서 정한 최저 생계비도 주지 못할 정도라면 그 교회는 목회자를 불러올 생각을 하지 말고 다른 교회와 합하는 게 낫다. 그것이 상식적이다. 만약 그런 교회에 가고 싶어하는 목회자가 있다면 그 목회자는 반드시 자비량을 통해 그 부족한 부분을 메꿔야 하고 성도들은 그 부분을 미안하게 받아들여서 목회자에게 풀타임 사역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목회자는 성도들을 위해 희생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지만 성도들이 그 희생을 강요하고 당연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2 comments:

  1. 공감합니다. 이곳 미국의 몇 교단(남침례교, 감리교, 장로교 등)에서 교회법에 목회자 청빙 기본조건으로 "$xx,000.00 이상의 연봉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아예 못 박아논 것이 참 다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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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곳도 그런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한인교회들은 지키질 않고 있지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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