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December 9, 2011

엘리야의 까마귀

최저임금 일자리는 대개 진입장벽이 낮은 일자리들이다.
그 분야에 경력이 없어도 일단 일을 배우고 시작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 않는 일들이다. 그런데 지금 주로 그런 일들을 찾고 있는데도 일자리가 없다.
얼마전에는 편의점과 청소회사에 이력서를 냈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다. 눈높이를 낮출 만큼 낮췄다고 생각하는 데도 일자리를 못찾고 있으니 참...

지금껏 살아온 중에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태껏 일자리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석달정도 일자리를 못잡고 쉬다보니 실업자들의 마음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이 와중에서도 이곳에서 만난 스리랑카 친구가 나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내가 외국인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스리랑카 사람들을 많이 도왔었는데, 뿌린대로 거두는 것일까, 일면식도 없었던 스리랑카 친구가 이곳에서 나를 돕고 있다.
그 친구는 회계사인데 일자리를 잡지 못해서 현재 청소일과 피자 배달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내가 지원한 청소 회사도 그 친구의 추천으로 지원한 곳인데, 지금도 틈만 나면 계속 상사들에게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내가 그 회사에서 청소일을 잡으면 다 그 친구 덕이라 생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친구가 피자 배달도 하는데, 가끔씩 주문착오로 배달하지 못한 피자를 늦은 밤 퇴근하면서 우리집에 주고 가기도 한다.
덕분에 먹을 게 없을 때는 도미노 피자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밤중에 그 친구가 주고간 피자 몇 상자를 보고 있노라면 '엘리야의 까마귀란 이런거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 스리랑카인들을 도울 때는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멀리 뉴질랜드에서, 이나라에 살고 있는 그 많은 나라 사람들 가운데서도 유독 스리랑카인인 그 친구만이 나를 돕다니.. 하나님의 섭리에 감사할 따름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소박한 삶

늘 소박한 삶을 꿈꿔 왔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해 왔으니, 어찌 보면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평생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