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들었던 양배추 김치를 드디어 먹어보았다.
양배추 김치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처음 들었었는데, 예전 미국 한인사회가 지금처럼 크게 형성되기 전, 배추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 한인들이 양배추로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는 얘기였다. 그 전설의 양배추 김치를 뉴질랜드에 와서 먹어보게 될줄이야..
맛은? 음.. 김치 사촌쯤이라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만드신 분의 솜씨가 좋아서인지 기대 이상이었다. 양배추의 사각거리는 맛이 나름 괜찮았다.
나야 김치 없어도 잘 사는 사람이라, 김치에 대한 애착이 그리 심하지 않은데, 대개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딜가도 김치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긴 나도 평상시에는 한국 음식이 별로 생각나지 않지만 얼마전 몸이 아팠을 때는 이상하게도 한국 음식이 생각났던 걸 보면, 음식과 몸은 확실히 긴밀한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예전에 미국에 있을 때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2세들과 가깝게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들도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었다. 한국사람인 내가 볼때는 국적 불명의 음식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말이겠지만 한국 양념을 쓰지 않고 만든 그 음식이 그들에게는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 음식'이었다. 내가 이 음식을 만들때는 이러이러한 양념을 써야한다고 알려주었지만 그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맞다면, 그 땅에서 나고 자란 2세들에게는 그 땅에서 나온 음식들이 더 자기들의 입맛에 맞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의 부모는 한국인인지라 한국 음식을 그들에게 주었을 것이고, 2세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그 음식을 어떤 식으로든 재현해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만든 음식에는 그래서 완전히 한국적이지도, 완전히 미국적이지도 않은 그들의 정체성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만약 내 아이가 양배추 김치만 먹고 자란다면 아이에게 김치란 양배추 김치일 것이다. 상상을 좀 해보자면, 우리가 죽고 난 후에도 우리 아이는 가끔 스스로 양배추 김치를 만들어 먹으며 그것이 한국 음식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Friday, October 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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