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October 7, 2011

양배추 김치

말로만 들었던 양배추 김치를 드디어 먹어보았다.
양배추 김치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처음 들었었는데, 예전 미국 한인사회가 지금처럼 크게 형성되기 전, 배추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 한인들이 양배추로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는 얘기였다. 그 전설의 양배추 김치를 뉴질랜드에 와서 먹어보게 될줄이야..
맛은? 음.. 김치 사촌쯤이라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만드신 분의 솜씨가 좋아서인지 기대 이상이었다. 양배추의 사각거리는 맛이 나름 괜찮았다.

나야 김치 없어도 잘 사는 사람이라, 김치에 대한 애착이 그리 심하지 않은데, 대개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딜가도 김치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긴 나도 평상시에는 한국 음식이 별로 생각나지 않지만 얼마전 몸이 아팠을 때는 이상하게도 한국 음식이 생각났던 걸 보면, 음식과 몸은 확실히 긴밀한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예전에 미국에 있을 때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2세들과 가깝게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들도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었다. 한국사람인 내가 볼때는 국적 불명의 음식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말이겠지만 한국 양념을 쓰지 않고 만든 그 음식이 그들에게는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 음식'이었다. 내가 이 음식을 만들때는 이러이러한 양념을 써야한다고 알려주었지만 그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맞다면, 그 땅에서 나고 자란 2세들에게는 그 땅에서 나온 음식들이 더 자기들의 입맛에 맞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의 부모는 한국인인지라 한국 음식을 그들에게 주었을 것이고, 2세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그 음식을 어떤 식으로든 재현해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만든 음식에는 그래서 완전히 한국적이지도, 완전히 미국적이지도 않은 그들의 정체성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만약 내 아이가 양배추 김치만 먹고 자란다면 아이에게 김치란 양배추 김치일 것이다. 상상을 좀 해보자면, 우리가 죽고 난 후에도 우리 아이는 가끔 스스로 양배추 김치를 만들어 먹으며 그것이 한국 음식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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